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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의존성의 예로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들 수 있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지만 전체 또한 부분의 성질을 결정한다. 단어와 문장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길'이라는 한 개의 낱말을 생각해보자. 단어 하나하나는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단어만 보고서는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달이 밝으니 가는 '길'이 훤하다"라고 할 때와 "그 사람은 지금가지 바른 '길'을 걸어왔다"또 "그 사람 앞 '길'이 훤하다"라고 할 때 '길'이라는 단어가 갖는 뜻은 셋 다 다르다. 문장이 단어의 뜻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사람과 사회 및 문화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문화가 생기는 것이짐나 사회와 문화가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기도 한다.
사물이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존재론적으로 중요한 뜻을 갖는다. 세상에는 다른 것과의 관계를 벗어나 그것 스스로 존재하는 독립된 존재도 없고, 어떠한 사물에도 다른 것과 구분되는 그 사물 고유의 성질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사물이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가리켜 불교에서는 일체 사물에 자성이 없다고 하다. 자성이 없는 것을 초기불교에서는 무아라고 하고, 대승불교에서는 용수가 이를 깊이 있게 정리하여 연기=무자성=공이라는 등식을 세웠다. 용수는 <중론>의 <삼제게>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나는 공이라고 하네.
또 이것을 가假라 하고, 또 중도라고 하네"
용수가 말하는 '인연으로 생기는 법'은 상호의존적인 모든 사물을 말하며, 가假는 가짜라는 뜻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그렇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삼제게가 말하는 것은 이 세상 사물은 모두 객관적인 실재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실체가 없어 그 내용은 텅 빈 것이며(空), 있다고 해도 잠정적으로 그럴 뿐이어서 가(假)라고 하며, 내용은 없지만 잠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또한 중도라고 한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 13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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