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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통 아이 문제는 잠복했다가 15년쯤 후에 나타납니다. 그러면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청천벽력 같지요.
인연과보는 즉시 나타나는 것도 있고, 열흘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고 10년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내 대에 안 나타나고 내 후손 대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나 조상들이 지은 과보를 받는 경우도 있지요.
2.
그래서 마음 속에 원을 세운 날은 '동지'와 같고, 100일쯤 지나서 내 카르마를 아는 때는 '입춘'과 같고, 3년 정도 1000일 기도를 하고 나면 꽃피고 움트는 '춘삼월'과 같아 주위에서 "변한 것 같다"고 얘기하기 시작해요.
3.
그런데 조그만 길게 보면 잘못한 과보는 피할 수 없고, 좋은 일을 하면 그 공덕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그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모습으로 안 나타날 뿐입니다. 모두 저축되고 있어요.
내가 나쁜 인연을 지었을 때, 나쁜 과보가 금방 안 나타난다고 좋아하지 마세요. 그게 다 빚으로 남아 있다가 결국은 돌아오게 됩니다.
따라서 인연을 짓고 과보가 일어나는데 시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서 좋은 일을 한다고 '금방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고 기대하지 말고, 어려움이 닥쳐도 '내가 과거에 알게 모르게 지은 인연의 과보를 다 받아내야 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이처럼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공덕을 쌓겟다'고 생각하기보다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살다가 온갖 어려움이 닥쳐도 '내가 빚을 많이 졌구나' '내가 지금 빚을 열심히 갚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어려움을 쉽게 넘어갈 수 있어요.
이런 마음으로 좋은 일을 열심히 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중에는 조금만 노력해도 결과가 바로 나와요. 그게 전부 공짜로 생긴게 아니고,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겁니다.
(행복 34)
T.
나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경이로운 과정을 보면 인연과보의 시차, 저축과 빚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