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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뚜라나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는 체계들에 대해 대단히 깊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것들의 모체를 알고 있고, 이 모체에 의해 덮이지 않는 틈들과 빈 공간들을 발견합니다. 이 틈들 속에서 그는 완전한 자유와 더할 나위 없는 자기믿음을 가지고 움직이며, (꼭 그래야 한다면) 자기 자신을 보이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몇몇 일들이 마무리하기 위해 그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서 주차 공간을 찾던 때가 기억나는 군요.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경찰서 앞에다 차를 주차했습니다. "특별히 허가된 차량만 주차 가능함." 그가 매우 자신만만하게 차에서 내리자, 나는 그에게 주차하기 위해 왜 딱히 이 장소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가 진짜 특별한 허가를 얻었는지 걱정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특별히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여기에 주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찰조차도 내가 분명히 가졌다고 믿을 거에요.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내 차를 감히 이곳에 주차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내 반응은 이랬습니다. "오 저런, 들통이 날 텐데요." 그가 말했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건 당신이 실제로, 차를 이곳에 주차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 대화는 나한테 무엇보다도 환한 빛을 던져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가 갖추고 있는 체계적 이해를 밝혀 주었고, 동시에 내가 자기믿음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의 체계 속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것을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이 이해를 완전히 신뢰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p262
2.
그들은 빈집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서로의 '빈집'으로,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빈집이라지만, 사실은 남의 집이다. 남의 집이니 뜻하지 않은 일을 피할 수 없다. 일찍 들어온 주인에게 걸리고, 급기야 경찰에까지 넘어간다. 남의 집 안에 '나'가 보이며 존재하는 한 피할 수없는 일일 것이다. 그걸 피하려면, 나의 몸, 나의 영혼이 없는 듯 존재해야 한다. 그걸 피하려면, 나의 몸, 나의 영혼이 없는 듯 존재해야 한다. 타자성 속에 보이지 않게 자리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없는 것과 다르다. 그것은 '타자 안에서 타자 옆에'있는 것이다. 타자 안의 간극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타자성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공간 속에 보이지 않는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랑 또한 그러할 것이다.
태석이 선화와 함께 사는 길은, 매혹된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길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감옥 안에서 보이지 않게 자리잡고 보이지 않게 행동하는 법을 훈련한다. 있어도 보이지 않으려면 타자의 눈으로 보고, 타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그게 완성될 때, 즉 자아를 완벽하게 넘어서게 될 때, 그는 매혹의 특이점에 다가가는 데 성공한다. 저지하고 가로막는 이가 있어도 사랑하며 살 수 있게 된다. 이제 그는 어느 공간에서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다.
<삶을 위한 철학 수업> p99
3.
"사용된 측정 방법은 최상이었을 뿐 아니라 매우 완벽하게 진행되었을 테니까. 편지가 그들 수색 범위 내에 있었다면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편지를 찾았겠지."
나는 그냥 웃었다. 그러나 뒤팽은 그가 말한 모든 것에 대해 꽤 심각한 모습이었다.
"방법이 좋았고 잘 실행되었네. 그들의 실수는 방법이 이 경우와 당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네. 경찰국장의 아주 교묘한 방법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것으로, 그 침대에 그는 자신의 계획을 맞춘 것이지.
그는 가까이 있는 문제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거나 너무 얕게 생각해 늘 실수를 범하지. 어린 학생들도 그보다는 뛰어난 논리가이네.
나는 여덟 살 난 아이를 하나 알고 있었는데, 짝홀수 게임에서 잘 알아맞춰 여러 사람의 칭찬을 받았네. 그 게임은 구슬을 갖고 하는 단순한 놀이지. 한 사람이 손에 여러 개의 구슬을 쥐고 다른 사람에게 그 수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묻네. 답이 맞으면 답한 사람이 하나를 따고 틀리면 하나를 잃게 되네.
내가 말한 아이는 학교의 모든 구슬을 땄네. 물론 그 아이에게는 답하는 원칙이 있었지. 원칙은 상대의 통찰력을 관찰하고 추측하는 것이지. 예를 들어, 그 아이의 상대가 바보이고 움켜쥔 손을 들어올리며 '짝수냐, 홀수냐?"라고 묻네. 아이는 홀수라고 답하고 지네. 그러나 두 번째에는 이기네. '이 바보가 첫 번째는 짝수라고 했으니 두 번째는 기껏해야 홀수를 쥐겠지. 그러니까 홀수로 해야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홀수라고 답해 이기는 거지.
첫 번째보다 한 수 위인 바보에게는 이렇게 추리하네. '이 녀석은 첫 번째에 내가 홀수라고 답했으니 두 번째에는 첫 번째 바보처럼 홀수에서 짝수로 바꾸는 단순한 변화를 먼저 떠올리겠지. 그렇지만 곧 그것은 너무 단순한 변화이므로 첫 번째처럼 짝수로 마음을 정하겠지. 그러므로 짝수라고 답하는 것야' 이렇게 추측해서 이기네. 이러한 이 아이의 추리 방법을 다른 친구들은 요행이라고 단정하는데, 끝까지 분석해보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추리하는 사람의 생각을 상대방의 생각과 일치시키는 것 아닌가."
내가 말했다.
<도둑맞은 편지> p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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