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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rgram

욕망과 쾌락

T1000.0 2023. 11. 25. 23:53

참깨가 마르기를 기다리다 드디어 깨를 털 때가 와서 받에 나갔다. 처음 털어보는 일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어디서 어떻게 참깨가 나오는건지, 살짝 설레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참깨에 손을 대기가 무섭게 하얗
고 토실토실한 참께들이 우두두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초가을 눈이 내린다면 이런 장면일까? 정말 감동적이었다. 돈을 주고 사거나 누군가에게 받은 봉지에 들어 있는 참깨를 본 경험이 전부인 나에게는 너무 생
소한 참깨의 모습이었다. 무미건조한 봉지 속 참깨가 아닌, 감동적인 다른 참깨를 보았던 것이다. 참깨에 이런 감동이 숨어 있었다니. 돈을 주고 사는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서 얼마나 많은 감동들을 빼앗아 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참깨를 털면서 느꼈던 감동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참깨의 다른 맛은 그 후에도 더 있었다.
(들뢰즈와 산책하다 148)

T.
쾌락과 욕망, 헐벗은 반복과 옷입은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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