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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일체가 내 마음이 만든다는 점에 주의하면 무상은 내 신체의 부단한 변화가 산출하는 현상이다. "인간은 같은 얼굴을 두번 볼 수 없다." 내가 거울로 내 얼굴을 보면서 우리는 한 순간도 같은 얼굴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신체의 무상한 흐름이 있고 이 찰나 흐름의 연속들이 마치 영화필름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무상한 흐름 속에 신체 감각들이 만드는 풍성한 상호작용. 모든 것이 변한다. 모든 것이 하나다. 늘어나지도 줄지도, 깨끗하지도 더러워지지도 않는 불생불멸의 변화.

2.

완벽하군요. 사이버네틱스와 순환성에 대한 우리의 대담에 대한 참 멋진 결론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론은 끝이 아니라 다시 하나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떤 궁극적인 결말로 나아가기 보다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될 겁니다. 시간은 항상 함축적입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금언을 보세요. '만물은 유전한다.' 그리고 덧붙여집니다.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제가 이것을 바꾸어 표현한다면, '인간은 같은 얼굴을 두 번 볼 수 없다'가 될 겁니다. 한 번 본 얼굴을 우리는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 얼굴도 영원히 지나가 버립니다. 그렇지만 저는 테오발트 아저씨의 얼굴을 두 번 바라 볼 수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저씨 얼굴은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말(언어)이니까요. 정태적인 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과 끝의 궁극점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전개되었던 공중제비돌기는 배워져야 합니다. 아니, 우리는 공중제비돌기를 도는 순간에 즐길 수 있습니다. (발명품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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