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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무지에 사로잡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감각' 때문입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느끼는 다섯 감각들을 통해 우리는 외부의 대상들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곡된 정보로 인해 외부의 대상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잘못된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무지'라고 부릅니다. 무지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진실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사물의 겉모습에 현혹되어 이렇게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면 무엇이 진실이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무지로 인한 우리의 왜곡된 생각은 커져만 갑니다.
예를 들어, 예쁜 물건을 보거나 멋진 사람들을 만났을 때 처음에는 단지 그것이 있다는 것이 인식할 뿐입니다. 이때의 마음은 중립적입니다. 그러나 그 대상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그것이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대상이 보이는 모습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 대상에 집착하게 되면 대상에 대한 '탐욕'이 생겨나거나 반대로 그 대상을 손에 넣는 데 방해가 되는 것에 대한 '성냄'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우리의 자아가 개입되면 대상과 자신과의 관계를 강조하게 되면서 그 대상이 '나의 몸', '나의 물건', '나의 친구', 혹은 '나의 차'가 됩니다.
우리는 원하는 대상을 만나면 그 대상의 매력은 부풀리고 그것의 결함이나 단점은 외면합니다. 그 대상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면서 마치 소가 코뚜레에 꿰여 끌려가듯 탐욕에 빠져들게 됩니다. 반대로 원하지 않는 대상을 만나면 그 대상의 추함을 과장하고 사소한 결함을 큰 결함으로 여기면서 그 대상이 가진 좋은 점들을 외면합니다. 그 대상으로 인해 괴로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역시 소가 코뚜레에 꿰여 끌려가듯 그것을 싫어하게 됩니다. 그 대상이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이면 탐욕이나 성냄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지의 상태는 계속됩니다.
우리는 '나' 그리고 '나의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아만이나 남을 해치려는 파괴적인 마음을 일으키고, 결국 나 자신과 내가 살고 있는 사회, 심지어 국가에까지 해를 끼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마음 다스리기 44)
2.
도대체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세상과 지각의 일치(상응)를 그토록 절대적으로 요구하게 만드나요? 사실 우리 눈앞에 아름다운 붉은 머릿결을 가진 소녀가, 붉은 주사위가, 혹은 붉은 식탁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뭔가를 지각하고있다는 사실이며 그 이상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우리의 감각이 세상 속의 대상들을 확증한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탁자를 보고는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를 만져보고 그리고는 믿습니다. 탁자를 느낀 촉감은 탁자의 존재를 검증하며 눈이 받아들인 것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고. 확증에 대한 이같은 생각은 내게는 아무 의미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탁자로 확인되는 어떤 실재의 존재 자체는 이미 전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말은 검증에 대한 그러한 사고는 이미 존재론적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말이지요. 왜냐하면 그런 사고는 어떤 물건이 '저기 바깥에' 실제로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존재 유무를 검증하고자 하는 그 어떤 것이 이미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안다는 말입니까? 제가 즐겨 사용하는 말로 하자면, 확증하려는 사고방식을 느낌들의 상호연관에 대한 생각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우리는 뭔가를 보고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의 느낌들의 상호연관과 신경관련 프로세스들의 총체가 우리가 탁자, 주사위,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진 여자 친구라고 부르는 세상을 산출하는 것입니다. 느낌들의 상호연관은 제가 볼 때 당신이 세계의 풍성한 뉘앙스라고 말한 것의 전제입니다. 느낌들은 모두 지극히 다양하기 때문에, 느낌이 있어서 보고 듣고 감촉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지각의 풍성함이 생겨나고 우리에 의해 향유되는 세상의 멋진 화려함이 있는 것입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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