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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 신뢰

T1000.0 2019. 11. 10. 21:44
1.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은 신뢰입니다. 나비가 자신의 번데기를 벗고 나왔을 때, 나비의 날개와 더듬이, 몸통과 전체 몸의 상태는, 공기와 기운을 북돋워주는 바람, 그리고 꿀을 빨 수 있는 꽃들이 있을 것이라고 신뢰합니다. 나비와 세계 사이의 구조적 상응은 암묵적인 신뢰의 표현입니다. 하나의 씨앗이 젖어들어 싹을 틔우기 시작할 때, 씨앗은 모든 필요한 영양소들이 자기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신뢰합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아기의 안녕을 보살펴 줄 엄마와 아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실존이 기초하고 있는 이런 암묵적 신뢰는 끊임없이 좌절됩니다. 꽃들은 살충제에 중독되고, 씨앗들은 물이 부족하고, 이 세상에 사랑스러운 존재로 태어난 아기는 사랑을 받지 못하며, 또 자신의 존재의 측면에서 배려되지 못하고 부정됩니다. 타자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질병을 낳는 것이라고, 말하자면 유기체들 내부에서, 그리고 그것들이 존재 상황들과 맺는 관계에서 모두 유기적 조화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체계적 동학은, 그것이 영구적으로 부정된다면, 그것이 원래 가지고 있던 조화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이번에는 추가적인 부조화들을 야기할 한층 더 파괴적인 도전들과 스트레스들을 신체들에 유발합니다. 그 결과들은 전염병들과 육체적 정신적 질병들에 감염될 가능성들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322)


2.

일단 사랑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면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사랑이 부정되는지 즉각적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녀들을 끝없이 교정하고, 실수를 했다고 해서 꾸짖고, 벌을 주겠다고 윽박지르는 부모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문화의 특징들을 지각할 수 있고, 무한 경쟁이라는 높이 숭상되는 생각이 진보의 원천이 아니라 맹목을 낳으며 (타자를 부정하기 때문에) 공존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야망, 불신, 문화적으로 정착된 권력 추구, 통제를 향한 열정 등이 사랑을 사라지도록 하는 힘[폭력]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계들의 경제화 - 요구들의 교환, 필요들의 협상, 타협들의 강제 - 는 소박한 연대감이 주는 유쾌함을 파괴합니다. 이 경제화가 상업적인 거래 실천 유형들에 따라 조직되기 때문입니다. 협력의 기초는 더 이상 상호신뢰와 상호존중이 아니고 단 하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협상입니다.(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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