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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으로부터의 자유

 

예컨대 화를 관찰해 보면, 화라는 감정은 인연因緣의 작용이다.

남이 욕을 한다면 욕이 인[원인]이고 화가 일어나는 내 마음은 연[조건]이다.

그런데 욕을 듣고도 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원인이 조건을 만나지 못한 경우다.  

화를 내는 원인이 있지만 꽃 피울 조건이 주어지지 않으면 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는 결과적으로 원인보다는 조건에 달려있다.

또 똑같은 욕을 들었을 때 화가 날때도 있고 화가 나지 않을 때도 있음으로, 조건은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를 내는 문제가 원인[인]보다는 조건[연]에 있음을 '앎'으로써 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화를 내는 문제가 조건보다는 원인에 있는 줄로 아는 사람은 늘 화를 내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화를 내는 문제가 인에 달려있으므로 타인[因]에게 늘 예속된다. 그런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조건에 달려있음을 아는 사람은 화를 내는 문제가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달려있으므로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는다.

화로부터 예속되지 않는 사람은 이제 화를 낼 수도 있고 화를 내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를 누린다.

그는 화를 낼 때와 화를 내지 않을 때를 어떻게 아는가? 그는 인연을 따라 이룬다. 시절인연을 따라, 화를 내야할 인연인지, 화를 내지 않아야 할 인연인지에 따라 화낼 수도 있고 화 내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를 선택한다. 그러나 화를 내더라도, 감정에 예속되어 있는 사람이 화를 내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데 화를 내더라도 마음에 아무 앙금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내야하는 인연일 때는 반드시 화를 낸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칼로 사람의 배를 째는 것과 같다.

이렇게 감정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또한 감정에 예속되지 않은 주인으로 삶을 산다.

 

감정의 주인으로 살 것인가? 감정의 노예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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