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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인욕바라밀 훈련

T1000.0 2013. 3. 15. 13:30

1.

필자가 이해하는 바로는,

인욕바라밀忍辱波羅密은 참고 인내하는 것을 덕으로 삼는 것이 아니고 참을 바가 없는 줄 깨닫는 지혜를 말한다. 

본래 내가 없음을 깨달아, '나'라고 할 것이 없으므로 참을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참을 바가 없는 줄 아는 것으로 인욕바라밀이 성취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반야심경의 구절 <무무명 역무무명진無無明亦無無明盡>처럼, 무명은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하는 것도 없기에 그러하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의 '제4부 인간의 예속 또는 감정의 힘에 대하여' 정리 1을 보면 "그릇된 관념이 지니고 있는 어떠한 적극적인 것도 참된 것이 참인 한에 있어서 참된 것의 현재에 의해 제거되지는 않는다"라고 한다.

여기에 비춰보면 무명, 즉 그릇된 관념은 참된 것, '무무명-무명이 없음'을 깨닫아 아는 참된 것의 현재에 의해 제거되지 않는다. 요컨대 무명은 무명이 없음을 지금 바로 깨달아도 그것으로 무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인욕바라밀로 돌아와서 본래 나라고 할 것이 없음을 깨달아 참을 바가 없음을 안다해도 참을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참을 바가 없는 줄 알아도 여전히 참아야 한다.  

이제 인욕바라밀은 자유의 단계로 나아가는데, 참을 바가 없는 줄 알기에 인욕은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도 있고 참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를 얻는다. 한편 본 블로그 여러 글에서 강조해 왔듯이 참고 참지 않고의 자유는 나의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주 언급하는 <법성계>의 구절인 '불수자성 수연성不守自性 隨緣成'처럼 참고 안참고의 자유는 인연을 따르는 것으로 충족된다. 예컨대 1.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할 때는 먹고, 2.먹고 싶은 것을 먹지말아야할 때는 안먹고, 3.먹기 싫은 것을 먹어야할 때는 먹고 4.먹기 싫은 것을 먹지말아야할 때는 안먹는다. 인욕은 여기서 2번, 3번이 해당된다. 2번의 경우 참지 못할 때는 쥐가 쥐약을 먹는 경우가 된다. 당장은 좋지만 곧 그로 인해 과보를 받아야한다.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3번 역시 먹어야할 때 먹기 싫어하는 자신의 자성을 따른다면 곧 누리고 있는 자유를 해치게 된다.

인욕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은 순간이 아닌 영원한 자유/언제나 자유를 얻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먹을 자유와 먹지 않을 자유를 선별할 항상 깨어있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깨어있지 않으면 인연과 무관하게 자신의 자성을 따르게 된다.   

자유는 자성을 따르지 않고 인연을 따라 이루는데 있다.

 

2.

인욕바라밀의 훈련으로서, 자신의 업식을 상대로하면 좋을 것이다. 사람마다 자기의 업식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해치는 업식이 있을 것인데 예로 들자면 담배, 술, 게임, 성욕, 등등. 거칠게 말하면 인욕바라밀은 예로든 담배, 술, 게임, 성욕을 무조건 참고 끊는 것이 아니다. 인욕바라밀은 참는 자유와 안 참는 자유를 인연을 따라 이루는데 있다. 참아야할 상황이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죽을 힘을 다해 참아야한다. 또 하기 싫지만 해야할 상황이라면 자기의 자성을 버리고 반드시 해야한다. 

업식을 상대로 연습할 때에 보다 주의해야할 때는 혼자있을 때다. 아무도 없을 때는 그야말로 나의 업식과 단 둘이 조우하게 된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때가 바로 이 때다. 이 때 온힘을 다해 모든 방법을 다해 참아야한다. 이것이 훈련이 되어 쌓이게 되면 업장이 소멸될 것이다. 즉, 운명 또는 윤회로부터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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