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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흐름을 따라가라

T1000.0 2013. 5. 7. 08:33

그러다가 그 초막에 당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머리를 산발하고 풀옷을 걸친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묻습니다.

"스님께서 이 산에 들어와 사신 지 몇 해나 되었습니까?"

법상스님이 답합니다.

"둘레의 산 빛이 푸르렀다가 누레지는 것을 보았을 뿐이네."

수행자는 과거와 미래에 살지 않고, 오로지 현재를 최대한으로 살고자 하기에 지나간 세월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자 젊은 스님은 나갈 길을 묻습니다.

"산을 내려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흐름을 따라가라."

법상 스님의 대답입니다. 시냇물을 따라가면 마침내는 사람이 사는 마을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능선을 올라가서 능선 길을 찾는 방법이 있고, 능선 길이 너무 높으면 물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서 계속 내려가면 마을이 나옵니다.

이것은 인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살다가 때로는 앞이 막히는 때가 있습니다. 밤잠을 못 자고 생명을 끊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뇌할 때는 남들처럼 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 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너무 자기 식대로만 살려고 하니까, 자신의 자로만 넓은 세상을 재려고 하니까 무리가 오는 것입니다.  

흐름만 따르는 것도 범속凡俗하지만, 때로는 흐름을 따라가면 가볍게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 법정, <한사람을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 p76

 

 

고통은 나의 스승

 

지금의 삶이 힘들수록

낯선 땅에 이방인으로 온 듯이

살아가 보십시오.

구절양장을 굽이쳐 지나듯

고통을 벗어나는 비결은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참을성 있게

여행자가 되어 관찰하는 것입니다.

 

- 정목,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않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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