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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이야!"라는 술꾼의 말도 기억하시지요? 언제나 "이것만 마시고 술을 끊을 거야!"하고 마시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지요. 하지만 정말 어느 순간, 마시는 술잔이 정말 마지막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그 잔이 정말로 '마지막 잔'이 됐을 대는 먹고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든지, 수용소 신세를 지겠지요. 그러면 음주의 배치에서 벗어나서 치료의 배치, 병원의 배치 혹은 '수용소의 배치'로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이게 마지막이야"라는 말은 언제나 적어도 끝에서 두 번째 잔이지, 마지막 잔은 아닙니다. 마지막 잔은 그로 하여금 환자나 알코올 중독환자로서 인생을 시작하게 하는 잔이지요.
배치의 문턱을 넘어서 다른 배치로 들어가게 하는 첫 잔이 바로 마지막 잔이요, '최종적인' 잔입니다. 이는 두 배치 사이의 '문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직전의 잔은 아직 배치의 문턱을 넘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끝에서 두번째' 잔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처럼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배치의 문턱을 넘지 않은, 그 직전의 잔을 저자들은 '극한'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야!"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지요. 필경 다시 잔을 들게 될 겁니다. 그런 과정은 다시 반복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술꾼의 배치 안에 계속하여 남아 있는 셈이지요.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컨대 극한은 끝에서 두 번째 것으로, 필연적인 재시작을 포함하는 반면, 문턱은 최종적인 것으로, 불가피한 변화를 표사합니다.
<노마디즘 2> p484
극한과 문턱이라는 이 재미있는 개념은 아직은 문턱을 넘지 낳은 국가로서 '원국가'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합니다. 권력의 집중이 극한을 향해 나아가지만 아직 문턱을 넘지 못한 국가, 그게 바로 이들이 말하는 원국가지요.
<같은 책>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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