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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티카 2부 정리 16
계 2: 둘째로, 우리가 외부의 물체에 대해 가지는 관념은 외부 물체의 본성보다도 우리 신체의 상태를 보다 많이 나타낸다. 이것을 나는 제1부의 부록 속에서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2.

우리가 외부 물체를 본다는 것은 외부 물체의 본성보다도 우리 신체의 상태인, 불교식으로 말하면 마음을 본다는 것이다. 보이는 대로가 있는 그대로가 아니도록 우리 신체의 체계가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보이는 대로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무지. 이것을 의심하기는 쉽지가 않다.
  
3.

제1부 부록.
이 모든 것은 각자가 뇌의 상태에 따라 사물을 판단한다는 것을, 또는 각자가 자신의 표상력이 자극받는 방식을 사물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그러므로 (참고로 주의해 두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그토록 많은 논쟁이 생기고, 그 결과로 결국 회의론이 생기는 것을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신체는 많은 점에서 일치하면서도 많은 차이점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에게 정연하게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난잡하게 보이며, 어떤 사람에게 유쾌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쾌하기 때문이다. .... 또한 모두가 경험을 통해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릿수만큼의 의견", "누구나자기 나름의 관점으로는 슬기롭다", "미각의 차이만큼 두뇌도 차이가 난다."등의 격언은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격언들은, 인간이 자기의 두뇌상태에 따라 사물을 판단하며, 또한 사물을 지성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오히려 감각적으로 표상한다는 것을 밝혀준다. 왜냐하면 만일 사람들이 사물을 지성적으로 인식한다면, 수학이 증명하듯이, 그 사물은 비록 그들 모두를 매혹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그들 모두를 납득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이 자연을 설명하면서 흔히 사용하는 모든 개념들은 단지 표상의 양식일 뿐 결코 사물의 본성을 나타내지는 않으며, 그저 표상의 양상을 표시할 뿐이라는 점을 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표상의 외부에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실재들인 듯한 명칭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것들을 이성의 유가 아니라 표상의 유라고 부른다.  

4.

"사람들의 신체는 많은 점에서 일치하면서도 많은 차이점들이 있기 때문에" 실로 부인할 수 없는 다양한 실재들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가능한 실재들의 수는 잠재적으로 무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다양성은 공동체적 생활에 의해, 함께 창조한 문화들과 역사들에 의해, 공유된 이해들과 편견들에 의해 갇히게 됩니다. 모든 인간은 분명히 차이나지만[다르지만] 완전히 차이나지는[다르지는] 않습니다."(있음에서 함으로 69)

[콩끼리 비교할 때는 서로 다른 콩이라고 말하고, 팥과 비교할 때는 같은 콩이라고 말하지요.
이처럼 사물에는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어 동시에 두 가지 성질이 함께 있어요. 다르다고 해도 같은 점이 있고, 같다고 해도 그중에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존재의 본질적 측면에서는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不一不異)'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고 같다 다르다고 하는 것은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인식을 떠나버리면 존재는 다만 존재일 뿐입니다. (행복 119)]

5.

스피노자는 모든 개념들이 단지 표상의 양식일 뿐 사물의 본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반야심경>을 빌어 말하면 색성향미촉법이 단지 표상의 양식일 뿐 사물의 본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물의 본성에는 색도 없고 성,향,미,촉,법이 없다. 그것들이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색이란 빛의 효과의 작용들이고 소리란 알고보면 진동이고 이런 식으로 실제와 표상은 다르다. 그런데 표상이 실재하는 것으로 보고 그것에 집착하므로써 잘못이 일어난다. 실재하는 것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실재와 다른 허상이기 때문이다. 소유 불가능한 허상에 대한 집착.
그리고 또 하나 "마치 표상의 외부에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실재들인 듯한 명칭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피노자는 명칭에 의존하고 있는 이름뿐임을 언급한다. 이를 이성의 유가 아니라 '표상의 유'라고 부르는데, 표상의 유란 허상, 환상이라 해도 되겠는데 그것이 외부와 떨어져 존재한다고 여겨지게 한다는 점에서 허상, 환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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