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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2

**근원적인 모름

T1000.0 2020. 11. 8. 07:45

1. 근원적인 모름

우리 감각이 원래 그대로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뿐입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22)



2. 원인을 모름

이것은 물론 의식이 환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본성은, 결과들을 받아들이되 그 원인들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우리의 신체에 <일어나는 것>만을, 우리의 영혼에 <일어나는 것>만을, 즉 우리 신체에 미친 한 신체의 결과, 우리 영혼에 미친 한 관념의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그러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스피노자의 철학 34)



3. 근원적인 모름을 대체하는 전도몽상.

어떻게 평온한 의식이 불안을 가지게 될까? 어떻게 아담은 자신을 행복하고 완전하다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삼중의 환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 목적인이라는 환상: 의식은 결과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물들의 질서를 전도시킴으로써 자신의 무지를 메운다의식은, 한 신체가 우리 신체에 미친 결과를 외부 신체의 작용의 목적인으로 만든다.
[T. 예를 들어 "너 때문에 화가 나."고 할 때 우리는 화가 나는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 원인을 외부의 너[목적인]라고 치부함으로서 근원적인 모름을 메운다.]

2) 자유명령이라는 환상: 이제 의식은 자신을 제1원인으로 간주하게 되고, 신체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내세운다. 

3) 신학적 환영: 의식이 자신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제1원인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의식은, 지성과 의지를 갖고 있는 신, 목적인과 자유 명령에 의해 행위하며, 영예와 처벌에 따르는 세계를 인간에게 마련해 놓은 신을 내세운다.

의식은 환상들로 형성된다고 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의식은 자신을 구성하는 삼중의 환상, 즉 목적인의 환상, 자유의 환상, 신학적 환상과 분리 불가능하다. 의식은 두 눈 뜨고 꾸는 꿈일 뿐이다.
(스피노자의 철학 35)


4. 인과론적 사유의 사회 주입력, 권력

문제는 자신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른 형식과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인과론적 사유의 사회적 주입력 및 권력입니다. 사람들은 오늘날 원인과 결과의 결합을 무조건적으로 믿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관계들에 대한 끔찍하게도 단순한 표상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 분석가능하지도 않고 따라서 모든 것이 인과론적 사유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놀라움, 기적, 경이롭게 보이는 사건은 늘 있습니다. (발명품 84)


5. 거칠게 요점을 요약하면.

우리에게 놓인 근원적인 모름을 우리가 사유하지 못하거나 사유하지 못하는데는 우리 내면 깊숙히 주입하는 인과론적 사유의 권력 또는 영향이 있다. 학교를 통해, 종교를 통해, 과학 등등을 통해 원인과 결과의 철저한 결합을 가르치고, 믿게 된다.
문제는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원인을 그대로 두지 않고 대체 원인으로 환원하여 사물들의 질서를 전도시키는데 있다. 여기가 문제의 시작지점이다.

불교에선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무지로 꼽고 있다. 여기서 무지란 "단순히 무엇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못'이해하고 있는 것을 의미"(마음 길들이기 40)한다. 간단히 말하면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아는 잘못된 이해. 문제의 시작지점이다. 이를 깨우치면 무아를 체득하게 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세한 이유들로 근원적인 모름으로부터 격리되고 있다. 한번도 근원적인 모름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하는 것이다. 못하도록, 우리를 막고 있는 것이 우리가 되어버린 상황. 우리 자신을 넘어서야 근원적인 모름을 사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근원적인 모름을 그대로 두자. 여기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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