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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브라만이 자기 신도를 빼앗아갔다며 부처님께 욕설을 퍼부었어요. 부처님께서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계시니까, 그 브라만은 자기가 이겼다며 큰소리를 쳤어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브라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둔한 자는 욕과 비방을 늘어놓고서 자기가 이겼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올바른 인내를 아는 이의 것이다. 성내는 자에게 되받아 성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알아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말려드니 상대에게 진 것이고, 자기 분을 못 이기니 자기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결국 이중으로 패배한 셈이다."
부처님께서 브라만이 하는 소리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계셨던 것은 그 사람이 하는 얘기가 옳다고 여겨서가 아니에요. 브라만이 살아온 배경이나 지금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불쌍히 여기고 연민을 느낀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런 수모를 겪고도 어떻게 참을까'싶을 거예요. 그러나 정작 부처님은 참는 게 아니라, 다만 이해하고 인정해서 감정의 동요가 없었던 겁니다.

2.

화가 일어나는 그 근본을 살펴 알게 되면 아예 화가 일어나지 않는 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너 때문에 화가 난다'는 생각이 들때 '정말 그럴까?'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는 거예요.
'아이가 저런다고 내가 왜 화가 날까?'
'남편(아내)이 저런다고 내가 왜 괴로울까?'
'상사가 저런다고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렇게 자기 감정의 근원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에 휩쓸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면 화낼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어요. 화를 돋우는 건 아이도, 배우자도, 직장 상사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 때문입니다. 내 의견을, 내 취향을, 내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고 괴롭고 슬픈 것이지요.
이것을 깊이 관찰해서 화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비로소 어떤 일에도 화가 일어나지 않는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행복 73~75)


3.

상대가 화를 낼 때는 바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 마음이 조금 고요해졌다 싶으면 거기서 더 나아가 남편이나 아내, 자식이나 부모, 친구나 직장 동료가 화를 내고 욕을 할 때 빙긋이 한번 웃어보세요. (76)


T.

'화날 이유가 없다'는 통찰의 길은 여러갈래가 있겠지만 나의 정리는 이렇다. 근본적인 모름. 즉 우리 신체는 화가 나는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우리는 '너 때문에 화가 나'라고 하며 '근본적인 모름'의 자리에 '너'라는 목적원인을 뒤바꿔놓는다. 이것은 우리가 근본적인 모름과 그에 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너 때문에 화가 난다'는 건 전도된 환상이고 착각이다. 그러니 환상과 착각을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다. 화가 나더라도 너 때문에 화가 난다고 의식되는 건 착각인 것이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나를 들여다보라. '아, 내가 이럴 때 화를 내는 인연을 지어왔구나. 내가 지은 인연을 몰라 화가 나고 있구나'하는.

한편 상대의 말에 화내지 않는, 가만히 듣고만 있는 모습은 화를 참는 것과 겉으로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안으론 참는 것과 완전 다르다. 상대의 감정에 말려들지 않으니 상대에게 이긴 것이고 또 자기 분을 이해한 것이니 자기 자신에게도 이긴 것이다. 결국 이중으로 승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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