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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구게

금강경의 초대

T1000.0 2021. 1. 14. 22:50

<금강경>의 핵심 가르침은 무주상보시다. 상에 머무르지 않는 보시, 그러니까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보시를 보살행으로 강조한다. 그런데 곳곳마다 무주상보시의 공덕에는 헤아릴 수 없는 우주 만큼의 어마무시한 복덕이 있음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아니 복덕을 바라지 말라고 하면서 우주 만큼 어마무시한 복덕이 있다고 하면 말이 안되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부처님은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라고 명하시지 않는다. 무주상보시를 지키라고 도덕으로 세우지도 않는다. 다만 무주상보시를 하면 복덕이 어마어마하다고 선전하신다. 불립문자! 부처님은 진리를 세우지 않는다. 법을 만들지 않는다. 법조차 버리라고 한다. 그러니 부처님이 우리들에게 하실 수 있는 건, 다만 우리를 금강경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금강경의 사구게를 이해하고 나누고 실천하는 일에 초대하신다. 그리고 그 공덕은 나에게로 분리되어 향해 있는 공덕이 아니다. 나와 우주의 연기적 연결 속에서 나의 작은 보시는 나비의 날개 짓처럼 어마어마한 복덕으로 전우주에 미치는 것이다. 우리는 순간순간 일체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우주적 연기의 줄이,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으로 끊어지고 소외되는 것을 일상속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 끊어진 소외를 회복할 사랑의 손길이 무주상보시로 행해질 때 그 복덕은 어마어마한 나와 우리 우주 일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하니 부처님이 말하는 복덕은 뻥이 아니다. 은유도 아니다. 당신은 부처님의 초대에 응할 것인가? 물론 초대의 응할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부처님은 다만 초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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