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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셍보 얼마 전에 뉴욕에서 당신 작품의 거대한 회고전이 열렸지요. 왜 당신은 거기에 가지 않았나요?
베이컨 글쎄, 그건 당신이 그 당시에 그 행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에 달려 있지요. 또한 당신 눈앞에 걸려 있는 당신 자신의 작품이 당신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안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러한 종류의 행사들에 대한 나의 기억은 다양하고, 그리고 때때로 나는 내가 해놓은 작업들이 다소 범속하며 그밖의 어떤 것들 보다 더 형편없다는 걸 발견합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항상 내 전시회를 보러 가고 샆어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건 또한 내가 다른 사람들의 작품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보기 위하여 당신은 어떤 감정 상태에 있어야만 하며, 당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 당신의 지각도 변화하지요.
아솅보 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모든 지각은 상대적이다?
베이컨 네, 그림을 볼 때는 늘 그렇지요. 그러나 물론 모든 사람은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그것을 번역하지요. 앵그르의 초상화들이 내게 주는 인상은 그밖의 누군가에게 주는 인상과는 사뭇 다르지요. 그리고 그건 단순히 내가 화가이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 아니지요. 당신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어떤 사람의 얼굴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지요. 당신은 어떤 인상을 받고 그래서 당신은 그러한 인상에 기초하여 온갖 종류의 분석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얼굴을 본 다른 누군가는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불가사의한 일이지요. 이와 똑같은 현상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오랜지 색에도 적용됩니다. 왜 내가 그것을 그토록 아름다운 색채로 생각하는지를 나는 어떤 식으로든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아솅보 지금 당신의 말은 모든 비평을 어려움이 따르는, 그리고 지극히 의심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셈입니다.
베이컨 네, 그러나 어쨌든 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언제나 변명처럼 보였고 그리고 지금은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림은 그 자체로 자기 만족적인 하나의 세계입니다. 회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개의 경우 우리는 흥미로운 것은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피상적이었지요. 우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겠어요? 기본적으로 나는 당신이 그림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건 불가능할 따름입니다.
아솅보 하지만 당신은 그럭저럭 그것을 매우 잘 해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단지 우리의 대화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베이컨 그건 내가 수다스럽기 때문이지요. 내 속에 있는 아일랜드적인 기질 탓이지요.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요. 화가에게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밖에 없습니다.
아솅보 기회만 있다면 그림을 그린다?
베이컨 네. 설령 그것들이 단순히 복사품일지라도,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만 합니다. 1
-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 대담자 미셀 아셍보, 옮긴이 최영미)의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이다. 화가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하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됐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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