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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에서 소개하는 "왼쪽도 돌려대라"고한 예수의 가르침을 발췌 인용.

 

예수의 가르침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쪽 빰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말씀일 겁니다.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때는 교과서에도 실렸을 만큼 대표적인 성서 구절이지요. 그런데 세계적인 신학자 월터 잉크는 그의 책 『예수와 비푝력 저항』에서 여기 나오는 오른편, 왼편 빰의 순서에 주목합니다. 먼저 얻어맞은 뺨은 왼편이 아니라 오른편 뺨입니다. 누군가 나의 오른편 뺨을 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왼편 손바닥이겠지요. 하지만 예수시대의 유대사회에서는 공적인 상황에서 왼손의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뺨을 때릴 때도 왼손은 쓸 수가 없었습니다. 마주본 상태에서 상대방을 때리려면 오른손을 써야 합니다. 오른손으로 오른편 뺨을 때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른편 손바닥이 아니라 오른편 손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오른편 손등으로 상대방의 오른편 뺨을 때라는 것은 상해를 가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남편, 노예주인, 상관 같은 윗사람이 아내, 노예, 부하 같은 하급자에게 모욕을 주면서 '너는 나에게 꼼짝 못하는 존재이고, 나는 네 주인'이라는 걸 일깨워줄 때 오른편 손등을 사용합니다. 예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층민중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데 익숙했습니다. 오른편 뺨을 맞는다는 의미도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는 왼편 뺨도 돌려대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왼편 뺨을 돌려대는 것은 나약하게 "나를 한대 더 때려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왼편 뺨을 때리려면 주인은 오른편 손바닥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른편 손바닥으로 상대방을 때라는 것은 대등한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의미합니다. 즉 노예가 주인에게 왼편 뺨을 돌려대는 것은 때릴 때리더라도 나를 더이상 노예로 보지 말고 평등한 인간으로 인정해달라는 반항입니다.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역시 목숨을 건 결기입니다. 노예가 되지 않고 당당한 인간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평화적인 저항수단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노예제도가 사라진 세상에서 굳이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지만, 이런 결기, 눈빛,에너지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중요합니다.(124) 

 


욕망해도 괜찮아

저자
김두식 지음
출판사
창비 | 2012-05-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한 번도 대놓고 말하지 못한 은밀한 욕망을 이야기하다!나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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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이 책에서 알게된 예수의 '왼뺨도 돌려대라'란 가르침의 의미심장함은 오른쪽 뺨을 오른쪽 손등으로 툭툭맞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과 어디 왼쪽 뺨도 오른손바닥으로 제대로 때려보라고 왼쪽 뺨을 돌려대는 장면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돈의 맛>을 보면 실장으로 나오는 주인공이 운전을 하다 사장 아들이 사장 엄마와 주인공의 관계를 빌미로 비야냥거리자 갑자기 차를 세워 맞짱을 뜨는데 비록 한대도 때리지 못하고 코피가 나는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주인공이 토해내는 해방감은 실로 멋지고 통쾌하다. 그렇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노예로 살지말고 왼쪽 뺨을 돌려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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