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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노동은 중력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삶의 중력을 이기기 위한 것이고, 신체적, 정신적 저항을 견디며 하는 것이고, 따라서 신체를 잡아당기는 고통을 견뎌내며 하는 것입니다. 이겨도 다시 돌아오는 것, 다음날이면 동일하게 되돌아오는 것, 중력과 저항, 고통이 바로 그렇습니다.
반면 자유행동은 중력에서 벗어나 공간을 절대적으로 점유하는 것, 다시 말해 원하는 방향 어디로도 나아갈 수 있는('절대적 국지'의 개념을 잊지 않으셨지요?)것입니다.
중력을 받는 지적 노동이라면 당연히 전공, 실적, 이런 것과 관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하지만, 자유행동은 전공과도 상관없고 '실적'과도 무관하게 자기의 문제의식이 뻗치는 곳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지요. 이런 점에서 중력을 받는 노동으로서의 공부공부와 자유행동으로서의 공부는 크게 다르지요.(노마디즘2 418)

2.
가령 맑스가 말한 것처럼, 집에서 아이를 위해 의자를 만들어주는 것은 노동이 아니지만, 공장에서 하는 경우에는 노동이 되지요. 노래방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결코 노동이 아니지만, 백댄서로 공연장에서 하는 것은 노동임이 분명합니다. 그 차이는 전자가 돈을 받지 않는 데 반해 후자는 돈을 받는다는 점이고 , 따라서 전자의 경우는 하다가 다른 일을 하든, 아니면 그만 두든 아무 상관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는 결코 그럴 수가 없습니다. [*T1000.0 : 전자는 활동 그자체를 욕망하는 반면 후자는 그 결과, 돈을 욕망하는 차이]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일을 반복해서 해야 하지요. 노동력이 화폐로 구매되고, 그 화폐를 통해서 생산수단과 결합하는 그런 종류의 배치가 어떤 활동을 '노동'으로 만드는 것이고 어떤 사물를 '도구'로 만드는 겁니다.
요컨대 문제는 두 유형의 배치의 차이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요소에 대해서 집합적 배치나 기계적 배치가 일반적으로 우위를 갖는다는 것입니다.(천의고원2 184).[*T : 분명 배치의 차이로 구분되나 그 배치를 너머 생각을 바꿈으로서 노동을 자유행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기계적 배치가 바뀌지는 않으나 그 관계의 태도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노예가 아닌 주인의 태도로. 나 자신의 척도로. 나를 위해.]자유행동과 노동을 구별해주는 배치를 통해 활동도 상이한 것이 되듯이, 어떤 사물이 무기인가 도구인가를 구별해주는 것 역시 그런 배치의 차이라고 해야할겁니다. '노동기계'의 배치와 전쟁기계의 배치. "자유행동 모델을 유효화하는 것은 무기 그 자체나 그 물리적 측면이 아니라, 무기의 형상인으로서 '전쟁기계'의 배치다, 그리고 노동 모델을 유효화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도구의 형상인으로서 '노동기계'의 배치다. 무기가 속도 벡터와 불가분한 반면 도구는 중력의 조건에 묶여 있다고 할 때, 우리는 두 유형의 배치의 차이를 나타내려 했을 뿐이다. ....도구는 본질적으로 발생, 치환 그리고 그 법칙이 노동 안에 존재하는 힘의 소비에 묶여 있는 반면, 무기는 오직 시공간 속에서 자유행동에 부합하는 힘의 실행과 표명에 관계할 뿐이다."(천의 고원2 183)) 물론 이는 무기 자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무기의 체계를 구성하는 것은 항상 배치다."(천의고원 2 184) 칼이나장창이 최초의 보병무기인 망치와 도끼를 무력화시켰던 것은 말-인간의 배치 덕분이었다는 겁니다. (노마디즘2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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