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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다의 무아

길다의 실체가 길다에 없다.
길다는 짧다와 상대하여 길다.
한 막대기는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다.
한 막대기를 길다라고 하나 길다가 아니므로 그 이름이 길다이다.

2. 길다의 이중보기(또는 환상처럼보기)

한 막대기를 보면서 길다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길다가 아니므로 그 이름이 길다임을 안다면. (약견제상비상) 길다가 그 자체에 있지 않음을 안다면 나아가 내가 길다라고 보는 것임을 안다면 나는 길다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길다가 아님을 이중으로 보는 것이다. 길다를 아름다움으로 바꿔보자. 아름다움이 그 자체 있지 않음을 안다면 나아가 내가 아름답다라고 보는 것임을 안다면 나는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이중으로 보는 것이다.

3.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아름다운 것이라 여기고 있지만 그것은 추한 것일 수도 있다. 모두가 선하게 보이는 것을 선한 것이라 여기고 있지만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본시 유(有)와 무(無)는 상대적인 뜻에서 생겨났고, 어려운 것과 쉬운 것도 상대적인 입장에서 이루어지며, 긴 것과 짧은 것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데서 있게 되고, 높은 것과 낮은 것도 상대적인 관념에서 있게 되며, 음악과 소리도 상대적이 소리의 조화의 구별이며, 앞과 뒤도 상대적인 개념의 구별에 불과하다.
그래서 성인은 무위(無爲)하게 일에 처신하며, 불언(不言)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다. 만물을 생성케 하면서도 얘기하지 않으며, 생겨나게 하고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으며, 그렇게 되도록 하고서도 그것에 의지하지 않으며, 공로를 이룩하고서도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지 않기 때문에 공로가 그에게서 떠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己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己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形 高下相傾 音響相和 前後相隨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辭 功成而不居 夫唯不居 是以不去 (도덕경 2장)

4.

만물을 생성케 하면서도 얘기하지 않으며, 생겨나게 하고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으며, 그렇게 되도록 하고서도 그것에 의지하지 않으며, 공로를 이룩하고서도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지 않기 때문에 공로가 그에게서 떠나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길다는 길다가 아니므로 그 이름이 길다임을 알기 때문이다. 길다가 생겨나게 하고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으며 의지하지 않으며 자랑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길다는 소유할 게 없는 무아임을 알기 때문이다.

5.

한 사물을 보고 길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렇게 보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길다를 결정할 수 없을 때 길다가 그 자체로 결정할 수 없으므로 나는 길다라는 내 생각(또는 기준)을 선택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바로 알고 나는 길다라고 결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해도 나는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나는 나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의 결정은 당연히 만들어지는 세상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무아의 윤리학(또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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