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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새로운 유형의 전쟁기계

T1000.0 2019. 12. 26. 20:59

무기와 도구의 구별이 사실은 배치에 따른 거라고 했지요? 배치를 달리함에 따라 도구가 되거나, 그 반대가 가능해지지요.

1.
뒤에 보듯이 화기, 특히 대포 이래의 대규모 화기와 병기는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기 위해 포획장치를 통한 대규모 스톡을 전제하는데, 바로 이 사실이 유목적 전쟁인의 패배를 규정했던 역사적 요인인 동시에, 전통적인 의미의 전쟁인이 대개는 국가장치에 포섭된 군인이 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게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이 국가장치와 쉽사리 동맹할 가능성을 형성하는 요인처럼 보입니다.

2.
이런 점에서 전쟁기계의 문제는 오히려 노동자나 농민 같은 존재가 전쟁기계를 재발명하는 것이 되거나, 혹은 전쟁기계 개념 자체가 새로운 차원에서 국가장치의 외부를 발명하는 문제로 변형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기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화기를 상대하지도 않는 "포연 없는 전쟁"의 새로운 형식,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배치의 창안, 그리고 컴퓨터와 통신망 등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에 달라붙어 그것을 매끄러운 공간으로 만드는 새로운 유목주의의 창안 등이 그것입니다.

3.
사회주의 국가장치의 침략과 억압에 맞서 아무런 폭력도, 화기도 없이 말과 강연, '수행'으로 저항하며 포연 없는 '전쟁'을 벌이는 다람실라의 티베트인들의 '투쟁', 세계 자본주의의 착취와 수탈에 맞서 '말을 위한 전쟁'을 선언한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의 투쟁, 이는 아마도 전쟁과 테러로 인해 갈수록 절망적으로 보이는 현재 세계에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새로운 유형의 '전쟁기계'를 창안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마디즘2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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