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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의 투자법의 요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태과불급'이다. 소로스는 세계를 이해하는 틀로서 재귀성이란 개념을 여러해 동안 출판된 책들을 통해 강조해왔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에는 두가지 기능이 있는데 하나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능인 인지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을 자신에게 이롭게 바꾸는 조작 기능이다. 시장 참여자는 인지 기능과 조작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는데 이 때 두 기능은 서로 재귀적 역할을 하며 돈다. 인지하고 조작하고 조작하고 인지하고가 동시에 이루어지다보니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결과를 결정할 수는 없다. 하여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귀성의 영향으로 지나치고 모자르고가 반복하는 게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라는 것이다.[각주:1] 즉 태과불급이 시장의 기본 속성이다.  

소로스는 시장의 태과불급에 주목해 거품-붕괴 모델을 제시한다. 거품-붕괴 모델은 쉽게 말하면 자연의 순환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를 따르는 것이다. 한 여름의 열기는 거품을 주도하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접어들면 갑자기 추워지는 붕괴가 시장의 흐름이다. 소로스는 이런 시장의 흐름에 주목하며 이 흐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소로스가 이러한 시장의 흐름속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이 봄여름가을겨울의 흐름을 거역하는 이상 기류다. 언제나 한여름일 수는 없는 법이며 열기가 식어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어야 또 봄을 맞을 수 있는 것인데 시장에선 한 여름의 열기가 겨울의 붕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도 인위적으로 이를 끌고 가려고 할 때가 있다. 경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 시점인데도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권력을 잡기위해 시장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갖가지 인위적인 인공댐을 경제조치로 내놓는다. 즉 봄여름가을겨울의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럴 때 소로스는 이를 알아차리고 몰아부치는 대량의 매도주문을 내어 어마어마한 이익을 거둔다. 댐이 역부족임을, 대세를 거슬르고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댐공사를 오히려 시장의 신호로 파악하는 소로스는 태과불급의 상태를 읽고 대처하는데 능숙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동안의 소로스가 내린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처 방안을 보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로스의 탁월한 능력은 경제위기에 대한 안목이다. 그가 큰 돈을 번 시기는 대개 금융위기로 표현되는 경제위기다. 위기란 무엇인가? 자연에 비한다면 위기는 재해다. 그런데 자연 재해라는 것이 "자연 자체의 질서와 섭리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막힌 것을 뚫기위해 자연이 몸부림 치는 것"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따져 막힌 곳을 뚫고자 하는 자연의 몸부림에 맞서 둑으로 막고 방파제로 막고 댐으로 막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재해는 곪고 곪아 더 큰 규모로 닥치게 된다. 경제의 흐름도 이와 같다. 경제 위기는 경제 자체의 질서와 섭리를 유지하기 위해 막힌 곳을 뚫으려 하는 기류인데도 이를 역행하는 경제조치들이 손바닥으로 막으려 하다보니 위기는 더 크게 다가온다. 투자를 업으로 하는 소로스가 당연히 이를 두고 볼 리가 없을 뿐더러 다음과 같은 알리바이는 그가 범상치않은 투기꾼임을 느끼게 해준다.

 

난 규칙 안에서 일하는 점을 옹호하고 싶습니다. 규칙이 깨지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규칙을 만든 자들의 잘못이죠. 난 합법적인 참여자일 뿐입니다. 그런 입장은 매우 건전하고 정당하기 때문에 내가 투기꾼이라고 불려도 도덕적으로 한치의 거리낌이 없습니다. 하지만 투기를 옹호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나에겐 훨씬 중요한 다른 전투거리가 있습니다. 당국이 투기꾼에게 이롭지 않은 제도를 고안하도록 독려하는 게 내 의무입니다. 투기꾼이 돈을 번다는 건 곧 당국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무엇이 잘못됐나 짚어 보는 자기 성찰을 도외시한 채 투기꾼들더러 밤길을 밝혀 달라는 식이죠. (<소로스가 말하는 소로스> p125)   

 

 

 

 

  1. "시장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은 잘못되었다. 시장은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틀린다. 하지만 시장은 스스로를 바로잡을 수 있고 때로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재귀적 과정을 통해 오류를 진실처럼 보이게끔 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시장은 항상 옳게 보인다."<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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