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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아상에 사로잡힘

T1000.0 2020. 4. 19. 22:56

희정 스님에게는 깨달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간음의 전신을 친견할 수 있다면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참고 견디겠다, 말을 따르겠다 약속했는데 막상 결혼하라 하니까 20년 동안 승려 생활을 했는데 어떻게 그러냐며 그것만 빼고 다 하겠다고 했을 때입니다. 계속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 노인네가 계속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요. 자기의 모순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이때 자기가 자기에게 사로잡혀 고집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놓아버렸다면 어땠을까요? 바로 눈을 뜨는 것과 같이 단박에 깨달았을 텐데 그 기회가 몇 번이나 거듭되어도 보질 못했어요. 또 파계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매달려놓고 막상 결혼을 하니까 금방 또 놓아버려요. 그러고는 보덕각시가 고녀니까 또 실망하죠. 이제는 '결혼했다'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니까 부인이 고녀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거예요. 있게만 해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했으니 결혼이든 뭐하든 상관이 없어야 합니다. "결혼해라" 그러면 "아이고, 잘 됐다. 여기 있을 수도 있고 결혼까지 하니 잘 됐네." 이렇게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할 텐데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매달립니다. 또 20년간 계를 지켰는데 어떻게 깨냐고 막 매달렸으니 부인이 고녀라면 벌떡 일어나서 좋아할 일입니다. 여기 남아 있으면서 결혼도 하고 계도 지킬 수 있게 되었잖아요. 이렇게 일거양득인데 정작 본인은 모두 잃었다고 생각해요. 계도 못 지켰고, 파계했으면 부부생활이라도 해야하는데 부부생활도 못하고, 결혼했으면 애라도 낳아야 하는데 애도 못낳고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한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지금 여기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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