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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연구

야금술의 비밀 유출

T1000.0 2019. 12. 27. 21:16

장인 내지 연금술사란 이 질료적 흐름을 따르는 자예요. 나무의 결, 금속의 결, 그 질료-흐름의 결을 따라 움직이고, 그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자지요. 나름의 흐름-결을 거스르는 대패질은 힘만 들고 대패날만 깨먹을 뿐입니다. 바라는 표면을 만들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무쇠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 흐름을 따라가야 하지요.
아마도 접근하는 시각은 다르지만, 엘리아데가 야금술사 내지 연금술사를 '자연활동을 가속화하는 자'라고 부르며 일종의 '산파'에 비유했을 때, 그 역시 야금술사의 활동이 흐름을 따르며 그것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하는 관념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야금술사란 대지의 비밀,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고 그 비밀을 소통시카는 자요, 기계적인 변형, 물질적인 변형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에리아데는 말하는데, 이 역시 이주민, 유랑자로서 야금술사가 질료적 흐름과 그것을 가공하는 비밀을 누설하는 역설과 매우 부합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야금술은 철광석이라는 주어진 재료, 아니면 철이라는 주어진 질료를 다른 것과 섞고 변형함으로써 소재로부터 물질성을 해방하고, 그것을 녹이거나 두들김으로써 새로운 형태를 부여합니다. 야금술사란 변형시키는 자고, 변형을 통해 질료를 흐름으로 만들고,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때마다 필요한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자라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야금술은 질료-흐름의 의식 내지 사유고, 금속은 이 의식의 상관물"(천의고원2 197)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야금술은 변형의 기술이고, 물질성을 통해 어떤 형식화된 재료의 문턱을 넘는 기술이며, 근본적으로 물질성의 흐름 자체에 대한 사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금술의 본모습은 소수적 과학, '모호한' 과학 혹은 질료의 현상학이고.....금속은 사물도, 유기체도 아닌 기관 없는 신체다."(천의고원2 197) (노마디즘2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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