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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전투를 동반하든 안 하든 간에)이 적의 무력을 절멸시키거나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한, 전쟁기계는 [그런 종류의] 전쟁을 반드시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천의고원2 202) 왜냐하면 전쟁기계란 매끄러운 공간의 구성적 요소고, 그 공간의 점유며, 그 공간 안에서 자리를 바꾸는 것이고, 그에 대응하는 민중의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2.
가령 몽골인들은 10호대, 100호대 등의 편성을 통해 전쟁기계를 구성하지만, 이는 일차적으로 초원이라는 매끄러운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지,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수호지>에서 '양산박'은 전국 각지에서 국가인의 핍박과 억압에 쫓겨 탈영토화의 선을 그리는 호걸들이 모여들어 강력한 전쟁기계를 형성하지만, 이들 또한 결코 전쟁을 목적으로 하진 않습니다. 응징해야 할 일이 있거나 무력을 동원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전투나 전쟁을 불사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국가인의 핍박과 억압이 통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자유롭게 사는 것입니다. 오히려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것이지요. 다만 닥쳐오는 국가장치의 억압과 충돌을 피하지 않으며 기꺼이 그것과 싸우려 하지 않는다면 전쟁기계로서 존립할 수없다는 점이 바로 이들이 전쟁이나 전투에 나서게 되는 요인일 겁니다. (노마디즘2 451)
3.
즉 전쟁기계는 정의상 전쟁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전쟁은 전쟁기계의 외부에서 추가되는 무엇이란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필연적'이라는 말은 어떤 외적인 조건으로 인해 전쟁이 불가피한 것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 외적 조건이란 바로 국가장치겠지요. 전쟁기계는 전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매끄러운 공간에서 어떤 곳으로도 향할 수 있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하지만, 이는 결국 매끄러운 공간에 홈을 파며 그 안에서의 운동을 방해나는 국가장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마디즘2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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