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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유루복

T1000.0 2012. 12. 11. 04:25

어떤 사람의 집에 한 여인이 찾아와 머물기를 청했습니다. 아리따운 옷차림과 맑은 목소리에 단아한 외모를 갖춘 여인었습니다. 집주인은 신기한 마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여인에게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공덕천입니다. 제가 가는 곳은 언제나 복이 쏟아진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거기다 복까지 준다니 주인은 몹시 기뻐하며 공덕천을 가장 좋은 방으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남루한 행색에 못생긴 여자가 콧물을 훌쩍이며 찾아와 그 집에 머물게 해달라고 큰소리를 쳐댔습니다. 여링ㄴ의 행색을 보고 주인은 아연실색해 차갑게 거절했습니다.

"당신에게 줄 방은 없으니 다른 데로 가보시오."

그러자 그 여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흑암천이에요. 내가 가는 곳은 재앙이 따라다닙니다. 이곳에 언니인 공덕천이 와 있기에 나도 왔을 뿐이에요. 나는 언니와 늘 같이 다닌답니다."

이 이야기는 유루복은 언젠가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이치를 말해줍니다. 그래서 공덕천과 흑암천이 왔을 때, 현명한 사람은 둘다 보내고, 어리석은 사람은 둘 다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보시해서 쌓은 공덕일지라도 유루복은 결코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금강경의 도리를 깨치는 공덕은 흔들림 없는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무루복입니다. 또한 남을 위해 법을 전한다는 상에 머물르지 않고 법을 전하는 사람 역시 무루복의 무량한 공덕을 짓는 것입니다.[각주:1]

 

T1000.0 : 유류복은 길吉과 흉凶이 리듬을 타고 반복한다. 길은 좋아하고 흉은 싫어한다면 유류법의 이치를 모르고 자기 바람대로만 대기를 무작정 바라는 것인데, 이는 이치와 맞지않아 절대 행복이 지속될 수 없다. 반면 이 이치를 알아 자기의 바람을 내려놓고 길과 흉이 같이 있음을 알아 길일때는 길이 곧 흉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고 흉일때 흉이 곧 길임을 본다면 길이 흉이고 흉이 길이니, 길이 따로 없고 흉도 따로 없이 길과 흉 모두에서 평안하다. 길과 흉에 흔들림이 없다. 때문에 유루복이 무류복이다. 무류복이 따로 없다.   

 

 

  1.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 p26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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