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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이름뿐

T1000.0 2012. 12. 7. 18:49

그렇다면 '나'의 실제 상태는 무엇일까요? 자동차가 바퀴나 축 등과 같은 여러 부분들에 의존해서 존재하듯이 '나'는 관습적으로 마음과 몸에 의존하여 형성됩니다. 몸과 마음과는 별개로 존재하거나, 혹은 몸과 마음 안에서 발견되는 '나'는 없습니다.

 

이름뿐

 

이러한 이유로 불교에서는 '나', 그리고 모든 다른 현상들을 '이름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나', 그리고 다른 모든 현상들이 단지 말에 불과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말은 실제 대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뿐이라는 말은 모든 존재와 현상은 독자적 실체로서 스스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 그리고 다른 모든 현상들이 단지 이름과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는 달라이 라마가 스님이고, 사람이고, 티베트인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의 몸이나 마음이 아닌 별개의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으면 그의 몸과 별개인, 심지어 그의 마음과도 별개인 달라이 라마가 따로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이 제인이라면 '제인의 몸, 제인의 마음'이라고 말하면서 마치 그 마음과 몸을 소유하는 제인이 따로 있고, 제인이 소유하고 있는 마음과 몸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마음과 몸 안에는 '나'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 주목해 봅시다. 마음과 몸 안에는 실재하는 '나'가 없습니다. 자동차가 그것의 부품들에 의존해서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품들의 합이 자동차인 것은 아닙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몸과 마음에 의존합니다. 몸과 마음에 의존하지 않는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음과 몸 안에서 찾을 수 없고, 마음과 몸의 총합도 아니고, 다만 그 이름과 우리의 생각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나'를 이해해야만 나의 실제 모습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각주:1]

 

T1000.0 : 이름뿐. 이름이 대상과 별개로 따로 있는 듯하게 해 이름으로 실체를 삼기 쉬우나 이름의 실체가 따로 없는 이름 뿐이고 그렇지만 이름이 대상을 벗어나지도 않음으로 허망하게 분별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름뿐, 즉 허망분별.

(언어가 대상을 지시하는 데 있어 언어의 형식과 의미가 필연이 아닌 우연이란 점에서 이를 자의성[각주:2]이라고 하는데 언어와 대상과의 필연적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이름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이름이 대상을 가르킨다는 점, 즉 대상을 떠나있는 것도 아니므로 단순히 이름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름뿐이다.)   

 

 

  1. 달라이 라마, <마음 길들이기> p132 [본문으로]
  2. 언어 형식과 의미의 관계. 언어의 자의성이란 언어의 형식과 의미가 가지는 관계가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母(모)"를 뜻하는 우리말은 '어머니'이고, 영어로는 'mother', 독일어에서는 'mutter'와 같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처럼 언어의 내면적 의미와 외연적 형식의 관계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 자의성이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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