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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어떤 이유로 그 기계의 전달 기능을 잊어 버렸다 하더라도 투입과 산출을 시도해 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 기계의 기능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분석 실험은 간단합니다. 이게 그런 기계가 선호되는 이유입니다. 우리 서구 문화는 이런 타입의 기계에 빠져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계는 분명하고 확실한 것을 향한 우리의 동경의 총체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자동차를 다시 단순한 기계로 새로이 만드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때에 따라서는 필수적인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자연을, 우리 인간을, 우리의 환경을 단순기계로 바꾸는 덜 의미 있는 시도들도 많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자주 단순치 않은 방식으로 (단순기계와는 달리) 행동하는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요. '2곱하기 2는 얼마지?'라고 물으면 어떤 애는 '초록색!'이라고 답합니다. 그런 답은, 정말 멋지게도, 예측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답은 신뢰할 만하지 않고 또 확실성과 예측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동경을 해칩니다. 그런 아이는 아직 예측 가능한 시민이 아닙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쩌면 우리의 법을 어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아이를 우리가 공식적으로 학교라고 부르는 단순화 기관으로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그런 아이를 점차적으로 단순기계로 만들고 있으며 그 기계는 '2곱하기 2는?'이라는 질문에 항상 같은 식으로 대답할 겁니다.(발명품 87)
2.
분석적 인과성에서는 두 변수 간의 인과관계가 필연적이어야 한다. 반면 연기적 인과성은 필연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연기적 조건이 있다고 항상 특정한 결과가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수많은 요인이 물고 물려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폭풍의 연기적 조건을 이루는 몇 가지가 있다고 해서 항상 폭풍이 부는 건 아니다.
연기적 인과성이란 필연성을 가진 법칙마저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로 귀착됨을 말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연기적 인과성 안에는 우연성이 필연성 못지않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를 철학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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