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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은 어느 날은 달이 어떤 특정한 위치에 있는 것을 보고 다음 날은 다른 위치에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는 두 개의 관찰을 소위 자연법칙을 통해서 묶어 냅니다. 자연법칙이 달의 위치변경을 초래했다고 말하는 거죠. 그리고는 이런 것을 인과적 설명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인과적 설명은 삼원적 (세 가지 원소를 포함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인, 결과 그리고 변형의 규칙을 포괄합니다. 이를 사람들이 관찰한 변화에 깔린 법칙이라 합니다. 손가락 사이에 백묵을 끼고 있다가 손가락을 벌리면 백묵은 땅에 떨어집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백묵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원인으로는 손가락을 벌리는 것이 되고 결과로는 백묵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변형의 규칙으로는 중력이 언급됩니다. 물론 우리는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과적 결합에 대한 믿음은 하나의 현대적 미신이라는 사실을.(발명품 74)

2.
철학에서 말하는 '인과율'이란 "모든 결과는 필연적으로 그 원인을 갖는다"는 법칙이다. 근대과학은 인과율에 대한 강한 믿음 위에 구축되어 있다.[우리는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과적 결합에 대한 믿음은 하나의 현대적 미신이라는 사실을] 아니, 사실 서구 중세의 신학도 그렇다. 양자의 공통점은 어떤 결과를, 그것을 야기한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하려는 것이다. 양자의 차이는, 중세에는 핵심적인 원인이란 '신'이라고 믿었다면, 근대에는 연관된 두 변수 간의 필연적 관계를 찾고자 한다는 점이다.
가령 찻잔을 들고 있다가 놓으면 '필연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것이 '인과'다. 뉴튼은 낙하라는 결과의 이유를 '중력'이라는 원인을 들어 설명한다. 갈릴레오는 그런 원인보다는 낙하하는 거리나 속도를 '무엇이 결정하는가"에 관심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낙하속도는 찻잔의 질량이 아니라 낙하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낙하하는 찻잔이 갖는 힘이 얼마나 큰지는 찻잔의 질량과 관계가 있다. 낙하속도는 시간을 '원인(독립변수)'으로 하지만, 낙하하는 물체가 갖는 힘의 크기는 질량을 원인으로 한다. 이 양자 간의 관계는 수학적 공식으로 '정확하게' 표시된다. 이는 '조건과 무관하게' 성립되는 '보편적' 법칙으로 간주된다. 과학이란 이런 보편적인 인과법칙을 찾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의 개념은 이런 분석적 인과성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따라서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주 다르다고 강하게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불교적 사유의 요체를 이루는 '연기'라는 개념이 이 변수 간의 인과성 사이를 파고들어 가 비틀어놓기 때문이다. (불교를 철학하다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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