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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인과적으로 설명된다고 믿는 것이 틀렸다는 말이지요?

일단 원인과 결과 관계에 대해서 말하기 위한 전제는 변형의 규칙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어떤 결과를 낳은 원인인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렇지만, 본 바와 같이, 만약 그런 앎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인과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 우리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단순하지 않은 기계를 보게 됩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85)

- 인과론적[분석적 인과] 사고는 삼원적 구조을 갖추고 있다.
- 내부의 상태를 갖춘 단순치 않은 기계[연기적 인과] - 이 기계는 종합적으로 결정되어 있고, 과거에 의존하며, 분석적으로 규정 불가능하며 예견 가능하지도 않다.

2.

그런데 이것을 하나하나 고려하면, 낙하하는 것의 운동을 단일한 법칙으로 서술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갈릴레오는 낙하의 반복이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하기 위해 초기 조건의 차이를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차이의 반복'은 '차이 없는 반복'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떨어지는 모든 물체는 그것이 대면하는 초기 조건, 즉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떨어진다. 심지어 매질의 저항이 크면 아예 낙하하지 않기도 한다. 가령 매질을 공기가 아니라 물로 바꿔보자. 물속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면, 쇠뭉치는 떨어져 바닥에 닿겠지만, 나뭇조각은 물의 저항을 통과하지 못해 바닥을 닿지 못한다. 따라서 연기적 인과성에 따르면, 자유낙하의 법칙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모든 물체는 그것이 만나는 조건에 따라 다른 속도로 떨어진다. 아니,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 마찬가지로 똑같은 감기약도 사람의 상태나 체질(초기 조건)에 따라 약효가 없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조건에 더해지면, 가령 약을 먹고 바로 술을 마신다면 몸에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분석적 인과성은 두 변수 간 관계를 '정확히'하기 위해, 즉 최대한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관여된 변수를 최대한 줄여 둘로 만든다. 변수가 셋을 넘어가면, 그리고 그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결과를 젼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일어나는 자연현상 가운데 선형적 관계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현상은 실제로는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정확히게 예측하기 어렵고, 동일하게 반복하지 않는다. 반면 연기적 연과성은 연기적 조건이 두 변수 간의 관계에 언제나 더해져야 할 또 다른 '변수'로 본다. 나아가 그 연기적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을 고려하면, 어떤 하나의 사건도 사실은 수많은 변수의 연쇄라고 해야 한다.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풍속과 기온, 기압은 물론 해수온도, 습도 등 수밚은 변수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기상예측에서 연기적 인과성 개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불교를 철학하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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