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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거짓은 대립적으로 서로 조건 짓고 있다는 말이지요. 진리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거짓말쟁이로 만듭니다. 이 두 개념(진리와 거짓)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벗어나고 싶은 그러한 사고범주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진리에 관한 한 상응론자도 정합론자도 아니고 결과론자라는 말이지요. 당신에게는 개념의 내용적 측면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저 그런 사고의 사회적 측면이 테마가 되는 것이죠. (내요적인 정의와 무관하게) 진리 개념이 초래하는 주변적인 결과들로 시야를 돌리고자 하는군요.
당신이 사용한 결과론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드는 군요. 사실 제 생각에 진리를 언급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인간성의 통일을 파괴합니다. 그 개념은 전쟁을 의미합니다. (십자군 전쟁, 끝없는 종교투쟁, 종교재판의 우울한 놀음을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는 진리라는 이념을 폭력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박해하고 태웠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은 죽은 사람의 숫자와 정태적인 진리이해의 상호연관을 말합니까?
예. 신앙심을 가진 엄청난 숫자의 군인들이 서로 대적하고 있다가 양쪽 모두 무릎을 끓고 기도합니다. 진리가, 그들의 진리가 이기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어느 쪽이 옳습니까?
예수의 마지막 만찬에 마련된 포도주와 빵이 진짜 예수의 피와 살입니까 아니면 포도주와 빵은 단순히 피와 살을 묘사하는 상징일 뿐입니까? 이 물음을 결정하기 위해서 학살하고 또 학살하였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군대는 진리를 소유하고 있음을 자랑스레 고합니다. 그리고 상대편의 살아남은 자들은 개종시키는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발명품 45)
2.
신라의 젊은 화랑들은 기꺼이 자발적으로 참전해 적군과 싸웠고 원효대사는 전쟁에서 연전연승하면서 명성이 드높아졌지요. 그런데 어느 날 절친한 벗이 전사하고 말았어요. 그는 애통해하며 친구의 무덤가에서 칼을 빼어들고 맹세를 했습니다.
'내 반드시 너의 원수를 갚아주리라.'
바로 그 순간, 원효는 얼마 전 전쟁에서 승리하여 적장의 목을 배어 들고 기뻐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너한을 품는 지금, 적들은 승리의 환호 속에서 기뻐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얼마 전 전쟁에서 승리하여 기뻐하고 있을 때, 적들은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원한을 품었겠구나. 그렇구나 패자가 있으니 승자가 있구나.' 원효는 큰 충격을 받고 한순간에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험아한지 깨달은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높은 지위를 던져버리고 불문으로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자기가 살던 집을 절로 고쳐서 부처님 법에 귀의해서 불도를 닦는 데 전념했지요.
이것이 원효의 첫 번째 깨달음이었습니다. (깨어있기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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