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저는 다른 핑계를 찾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당신이 저의 윤리적 명령을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논박은 모든 진술이 한정된 가치만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다수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뭔가를 택할 자유를 갖고 있고 결정할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사물을 이렇게 봐야 되고 저렇게 봐서는 안 된다고, 이렇게 행동해야 하고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요하는 그런 절대적 진리는 없습니다. 

진리인식에 대한 그러한 철저한 회의와 다수의 가능성에 대한 갑작스런 대면은 인식론적인 현기증을 유발하는군요. 그래서 마치 발밑의 땅이 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고요. 그래서 붙잡고 늘어질 아르키메데스 포인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신경생물학자인 움베르또 마뚜라나는 그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한 동안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졌다고 얘기했는데 당신은 그런 두려움에 익숙해졌나요?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실 하나의 결핍입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짐을 벗어 버린 듯한, 자유로워진 듯한 느낌을 가졌더랬습니다. 저는 가벼워지진 듯한 느낌을 받았지요. 지금 저는 마침내 제 팔을 뻗어서 지평선의 열린 저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 저는 제 영혼이 훨훨 날아다니게 할 수 있고 전체를 조감하는 새가 될 수 있습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58)

2.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 하였다. 곤의 길이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는데, 붕의 등도 길이가 몇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붕이 떨치고 날아 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았다. 이 새는 태풍이 바다 위에 불면 비로소 남쪽 바다로 옮아갈 수 있게 된다.······  "붕이 남쪽 바다로 옮아 갈 적에는 물을 쳐서 삼천 리나 튀게하고,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나 올라가며, 육 개월을 날아가서야 쉬게된다."······작은 연못의 메추라기가 대붕이 나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저 놈은 대체 어딜 가겠다는 건가. 난 힘껏 날아 올라도 불과 몇 길을 못 올라가고 내려와 쑥풀 사이를 날아다니거든. 이것도 대단히 날아 오른 셈인데 저놈은 어딜 가려고 하는 걸까?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펄쩍 날아 오르면 몇 길도 오르지 못하고 내려오며, 쑥대 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이것도 역시 날아 다니는 극치인 것이다. 그런데 저 자는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장자』,「소요유」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