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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 환자가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살을 썩게 만드는 병원체 때문이 아니라, 팔다리에서 통증의 감각을 잃게 만드는 질병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통증이 주는 보호 장치가 없는 나병 환자들은 자신의 세포가 손상을 입고 있다는 경고를 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브랜드 박사는 나병 환자들이 피부가 까지거나 뼈가 드러난 다리로 걷거나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병은 계속 악화될 뿐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은 심지어 손을 불 속에 넣어 무언가를 꺼내기도 했다.(<달라이라마의 행복론> p233)
하지만 왜 통증은 그렇듯 고통스러워야만 하는 걸까? 브랜드 박사는 우리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통증의 불쾌감 덕분에 우리는 몸에 닥친 위험과 상처에 대해 효과적인 경고를 받고 보호를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통증의 불쾌감은 인간의 몸 전체가 그 문제에 관심을 쏟게 만든다. 우리 몸이 가진 자동 반사 신경은 몸을 보호하는 일차적인 장치로서 통증을 재빨리 피하게 해주지만, 몸 전체가 관심을 기울여 행동하도록 자극을 주고 강제하는 것은 바로 불쾌감이다. 또한 불쾌한 통증의 경험은 기억 속에 확실히 새겨져 통증이 사라진 뒤에도 우리를 보호해 준다.(p234)
육체의 통증이 우리가 하나의 몸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듯이, 고통에 대한 경험은 다른 사람들과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힘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이 우리의 고통 뒤에 숨겨진 궁극적인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우리를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과 하나로 연결시키는 요소이다.(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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