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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집착

T1000.0 2012. 5. 18. 16:05

집착에 관하여
혹은 무념: “관심 vs 욕심

 
돈에 대한 집착이란? 

돈에 집착하지 마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가령 어디까지가 집착인가? 집착이란 무엇인가?

집착은 타자를 내 뜻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욕심이다. 왜 그런가? 타자를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은 나의 영역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타자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이다. 인정하지 않고 속박하게 되면 그에 따른 반작용이 생긴다. 욕심은 자기의 능력 이상을 탐내거나 누리려는 마음이다. 욕심을 억지로 성취하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된다. 욕심을 성취하는 것은 곧 불행을 초래한다.
그러니 집착하지 마라는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욕심을 버려라 하는 말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타자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욕심을 버리면서 욕구/의욕도 함께 버리면 외면이 된다. 무관심, 즉 타자에 대한 관심도 버리는 것이 된다. 가령 밥 먹을 때 과식하지 말라는 말은 밥을 외면하라, 즉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분에 넘게 먹으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먹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는 것은 먹되, 즉 관심은 가지되 욕심을 버려라 라는 말이다.


그럼 돈에 대한 집착은 어떤가? 돈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하는 것은 돈을 외면하라, 돈에 무관심하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돈에 대한 욕구 혹은 관심은 그대로 갖되 돈에 대한 욕심은 버리라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바라는 분에 넘치는 욕심을 버리고 능력만큼 거두고 필요한 만큼 쓰는 것으로 족하면 된다. 욕심은 버리고 관심으로 대하면 충분하다. 그러면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무념이다.


다음은 『철학vs철학』에서 인용. 


일반인들이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돌보지 않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다른 무엇인가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령 주식으로 날려 버린 자신의 재산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지 주변 친구의 고뇌와 고통에 동정심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식이든지 간에 집착은 우리 자신을 고통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고통에 빠진 타인에 대해서도 결국 무관심하도록 만든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문제는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자신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타자는 오히려 방치된 채 시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우리는 육조단경』에 나오는 혜능의 다음과 같은 육성을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념이란 불법은 일체의 모든 대상을 보면서도 그것들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며, 일체의 모든 장소를 두루 다니면서도 그것들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것들을 마음에 두지 않으려면 생각을 끊어야 한다고 하지 마라. 이것은 곧 불법에 속박된 것이며, 한쪽에 치우친 편견이라고 말한다.

 
(그 집착의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집착은 고통을 낳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이 점에서 보면 마음에 집착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 생각 자체도 오히려 또 하나의 집착이며 고통을 낳는 주범일 수 있다.)


철학VS철학동서양철학의모든것
카테고리 인문 > 철학
지은이 강신주 (그린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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