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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사실은 얼마든지 왜곡될 여지가 있다. 사실은 항상 생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생각이 사실을 왜곡하는 전도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구분이 필요하다. 사실은 사실이고 생각은 생각이다. 유념할 것은 생각이 사실과 부합할 수도 있지만 부합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부합하는지 안하는지 모르면서 생각을 사실로 고정할 때 부작용이 생긴다. 예로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태양이 지구가 돈다고 생각하고 사실로 믿었다. 또한 이러한 무지를 이용해 그 당시 종교같은 어떤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량하고 무지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경우를 역사를 통해 빈번히 보았다.
어떤 사실을 두고 대립하는 세력을 흔히 본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판단을 해야하나. 일단 사실 관계를 따져 사실과 생각[주장]이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한다.
가짜뉴스는 사실에 기초하는 것이 아닌 조작된 사실[또는 사실을 조작해]에 기초하고, 무엇보다 목적이 따로 있어 그 폐해가 크다. 즉 사실을 조작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한다. 그 원하는 것이 남을 위한, 이타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해도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 생각에 기초한 생각이므로 대단히 위험하다. 선의로 행한 행동으로 해악을 끼칠 때가 바로 그렇다. 그러므로 내 생각이 옳다, 그것도 객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위험한 생각이고 주장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랑과 자유가 제일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하여도 이를 위해 남에게 강요하면 안된다. 강제하는 순간, 또는 규범화하는 순간, 내 생각을 객관화, 진리화하여 선의로 해악을 끼칠 위험에 빠질 과오를 범하기 때문이다.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생각을 밝히고 남들이 내 생각을 존중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길 바라는 노력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결론이다.
중요한 것은 나쁜 과보를 피하는 것이다. 선의라 하더라도 그 과보가 나쁘다면 그 선의는 어리석을 뿐이다. '불립문자', 나쁜 과보를 피하기 위해 선의의 규범화, 객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2.
아내와 드라마를 보며 내가 맞다는 생각에서 말을 하다보니 아내가 내 얘기를 싫어한다. 이유는 내가 생각을 강요한다는 거다. 그냥 편히 보게 두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생각이 맞다는 주장이 갖는 위험 이전에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반응들을 보면서 눈득 생각을 표현하는 형식, 태도에 관심을 기우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꾸 쉽게 규범화의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부처가 침묵하며 생각대로 살다가 누가 물으면 법을 전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또 승단의 검소, 겸손, 순수는 그들의 말없는 표현이 아니었나하는 것도.

"겸손, 검소, 순수 이것들은 그에게는 현자가 되는 방식이고, 자신의 신체를 지나치게 오만하고 지나치게 사치스러우며 지나치게 육감적인 원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전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들뢰즈, <스피노자의 철학>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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