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회통(횡단)학

힐링과 바다새

T1000.0 2013. 5. 16. 06:58

힐링캠프에 정목스님이 나왔다. 티브이 프로를 통해 처음 본 정목 스님의 말씀 가운데 "그 사람의 바람대로 들어주는 것이 힐링"이란 말씀을 들으면서 <장자>의 지락편에 나오는 바다새 이야기를 다시금 펼쳐보게 되었다.   

 

"너는 또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느냐? 옛날에 바다 새가 노나라 교외에 와서 내려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맞이하여 종묘로 불러들여 잔치를 베풀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즐겁게 해 주고, 쇠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로 안주를 삼도록 하였다. 새는 눈을 멍하니 뜨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한 조각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고서 사흘 만에 죽어 버렸다. 이것은 사람인 자기를 양육하던 방법으로 새를 양육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그를 깊은 숲속에서 살게 하고, 호수 가에 노닐게 하며, 강이나 호수에서 헤엄치게 하고, 미꾸라지와 송사리를 잡아 먹게 하며, 같은 새들과 줄지어 날아가다 내려앉고 멋대로 유유히 지내게 하여야만 되는 것이다. 새는 사람의 말조차도 듣기 싫어하거늘 어찌 시끄러운 음악을 견디겠는가?

    함지나 구소의 음악을 동정의 들판에서 연주한다면, 새들은 그것을 듣고 날아가 버리고, 짐승들은 그것을 듣고 달아나 버리고, 물고기들은 그것을 듣고 깊숙이 물 아래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사람들만이 그것을 들으면 흥이 나서 서로 모여 둘러싸고 구경을 한다.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살지만 사람은 물 속에서는 죽어 버린다. 그들은 반드시 서로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다른 것이다. 옛날 성인들은 그들의 능력을 같게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할 일을 같게 여기지 않았다. 이름은 실물을 근거로 하고, 법도는 모두 본성에 어울리도록 셜정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을 조리가 통달하고 행복을 지속케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 <장자> 지략[각주:1]

 

정목스님의 말씀을 옮겨보면 "내가 바라본 형식으로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힐링이 될 수 없더라구요. 직장을 잃어서 갑자기 전재산을 다 잃었다, 고뇌하는 사람한테 '야, 리어커를 끌어도 풀칠은 하지, 그 뭐 못한다고 그러니!' 이런게 조언이 되지 않잖아요.  그런 말은 오히려 가시돋친 말이 되고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그 사람이 원하고 바라는 형식대로 '너 좀 나가 있어줘'하면 나가 있어주고 '너 아무 말도 하지마'하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사람이 부탁하는 형식대로 그 사람의 바람대로 들어주는 거, 그게 사실 자체 정화고 힐링이거든요."

노나라 임금은 바다새를 사랑하였으나 바다새가 원하고 바라는 형식대로 사랑하지 못해 오히려 바다새를 죽게하였다.

 

바다새 이야기는 공자가 제자 안연을 걱정해 한 이야기인데, 안연을 바다새에 비유한 것도 되고 속성을 따라 다 다르니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다름 그자체로 조화를 이루며 행복을 지속한다는 이야기이기도하다. 그 부분도 펼쳐보면 

 

"소생이 감히 여쭙겠습니다. 안연이 동쪽 제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걱정하는 빛이 계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마침 잘 물었다. 옛날 관자가 한 말 중에서 내가 매우 휼륭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다. 그는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넣어 둘 수가 없고, 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 물을 길을 수가 없다 하였다. 이 말은 운명에는 이미 정해진 것이 있고, 형체에는 적절히 맞는 것들이 있어서, 여기에 대해서는 늘이거나 줄일 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안연은 제나라 임금에게 가서 요순과 황제의 도를 이야기하며, 수인과 신농의 말을 강조할 것이지만, 제나라 임금은 자기 마음 속으로 그런 것들을 추구해 보아도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해를 못하면 미혹되게 될 것이고 미혹되게 되면 안연을 죽이고 말 것이다."

 

힐링이 화두가 된 시대. 타자가 원하고 바라는 타자의 형식에 대한 몰이해가 상처를 만들고 있고 힐링을 요구하고 있다. 바다새 이야기는 여러모로 묵상해 볼 이야기다.

 

개인적인 여담으로 장자가 이미 우리에게 옛 성인이지만 장자책에도 옛날 성인들의 말을 인용하는 것을 보니, 이름 없는 성인들, 우리가 알지못하는, 글자로 전해지지 않는 성인들이 엄청 많음을 다시금 상기한다. 더욱이 성인이라면 이름을 남기지 않으려 했을 것이기에 그들의 도는 깊고깊었을 것이다. 

아울러 공자가 좋아하고 옛날 관자가 한 말이라는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넣어 둘 수가 없고, 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 물을 길을 수 없다"한 것과 법륜스님의 아래 링크한 즉문즉설을 회통해 본다.  

http://www.youtube.com/watch?v=yP3UucJ8MIY

 

 

  1. 김학주 옮김, <장자> 하 p16 [본문으로]

'회통(횡단)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기관 없는 신체를 이룰 것인가?  (0) 2013.11.25
가지않은 길(중도)  (0) 2013.08.23
해탈과 유목민  (0) 2013.05.09
도덕경 2장: 순수, 검소, 겸손  (0) 2013.05.07
양행과 자리이타  (0) 2013.05.02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