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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간섭하지 않는다.

T1000.0 2012. 11. 12. 18:22

1.

일체 모든 것이 공空하므로, 타인에게 空을 받아들이도록 간섭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空하다는 것을 등지게 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 생각이 옳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것도 그 자체로는 옳은 것도 아니고 그른 것도 아님을 空하다고 하면서 空이 옳다고 고집해 간섭한다면 空을 등지게 된다. 따라서 내 생각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 空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

간섭하지 않는 것이 空을 말하고 있다라고 함은,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으로 옳다고 할 내가 없는 무아無我를 표현하는 것이고 곧 무아는 모든 것이 '나'없이 한데 어울려 생명을 이루는 연기緣起를 드러내는 것이므로 간섭한다는 것은 곧 연기법에 어긋나는 행동이 된다.   

 

3.

불가에서 말하는 오계五戒는 '불살생'이 핵심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미물도 죽이지 말라는 이 첫번째 계는 연기적 세계를 헤치지 말 것을 말하고 있다. 두번째, 세번째 나머지 계는 모두 첫번째 계를 향하고 있는데 남의 것을 훔치거나, 남의 부인/남편을 탐하거나, 남을 거짓말로 속이거나, 술에 취하는 것들이 모두 살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계는 일체가 하나의 어울린 생명인 연기를 헤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기의 깨달음에 이르도록 지키야할 것이 계이므로 간섭하지 말라 역시 지켜야할 계가 될 터인데, 그러나 간섭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가장 강력히 연기적 세계를 헤치게 될 터이므로 바른 견해[正見]를 갖는 게 첫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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