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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법은 장미를 다만 장미로 보고 채송화를 다만 채송화로 봅니다.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채송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진달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호와 취향이란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니 남의 취향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시비하지 말고 저 사람은 저걸 좋아하는구나, 이 사람은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그것을 다만 그것으로 보면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해도 마음이 고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자기도 모르게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하고 시비 분별이 났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그것마저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땐 화난 대로, 슬플 때는 슬픈 대로, 거기에 빠져 들지도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 파도가 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듯이 내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는 겁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야 된다. 이런 마음은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런 관념을 내려놓고 '지금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하고 지켜보면 마음의 움직임에 꺼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보같이 아직까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하고 자책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 큰 괴로움 속으로 밀어 넣는 일입니다. 남을 시비하는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별을 일으켰던 자기를 탓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똑같은 어리석음을 짓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후회는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지나가 버린 물입니다. 엎지러진 물을 후회하지 말고 다시는 엎지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지금의 괴로움을 덜어내고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1
-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 p45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