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치 포획의 실패

이것[법의 승리]은 국가적 과학에 유목적 과학이 포섭되고 포획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각각각각의 영역에서 발생한 성과가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이미 척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적 과학의 홈패인 공간을 불가피하게 통과하거나 그것과 결부하여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나 '기술'들이 다수적 과학은 물론, 다른 종류의 소수적 과학과 접속하려는 순간, 어느새 공통의 '소통수단', 공통의 '척도'가 되어버린 근대과학이나 서양의학의 개념들로 번역되어야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경우 가령 '기'라는 비가시적이고 비형태적 개념은 가시적인 형태로 변환되어야 하고, 전기나 자기적인 현상으로 치환됩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와 반대로 이동적인 과학이 재생산적인 왕립과학 안으로 완전히 내부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경향 또한 항상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동적 잘차와 과정이 그 자신의 모델로 되돌아갈 때마다, 점들은 모든 일대일 대응관계를 배제하는 특이성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고, 흐름은 벡터들 간의 어떤 평행도 배제하는 곡선의 소용돌이 운동을 되찾으며, 매끄러운 공간은 동질화되고 홈 패이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접촉의 성질들을 재정복한다. ......국가과학자들이 영원히 투쟁하거나 통합하거나 동맹하거나, 심지어 과학기술의 법적 체계 안에 소수적인 지위를 제안하기까지 하게 되는 이동적 과학자의 유형이 존재한다."(천의고원2 156) 마치 소수자들이 다수적 언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수적 언어 자체에 변형을 가하고 그것을 '더듬거리게'하듯이 말입니다. 근대 과학의 개념으로 변역되고 그런 방식으로 가시화되지만, 근대 과학의 법칙이 갖는 일반성으로 환원 불가능한 지대들이 만드러지는 식으로 말입니다. (노마디즘2 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