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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기준계들을 너머/다만 할 뿐

T1000.0 2013. 6. 24. 08:51

1.

우리가 앞에서 보았던 실험에서 어떤 자동차가 정지 상태일 때와 등속 직선 운동 중일 때 차 안에서 자유 낙하시킨 물체는 각각 같은 지점에 떨어졌다. 이 말은 정지 상태에 있던 처음 기준계에 대해 등속으로 이동하는 또 다른 기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물체의 낙하 지점이 같아 보이다는 뜻이다. 이처럼 서로에 등속도로 이동하는 기준계들을 갈릴레이 기준계라고 한다.

갈릴레이 기준계는 역학에서 관념화된 틀이나 배경을 이룬다. 또 갈릴레이 기준계에서는 모든 기준계들이 자연법칙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통하는 면이 있다. 즉 모든 기준계들이 평등하므로, 갈릴레이 기준계에서 그 어떤 실험과 측정이 이루어져도 힘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갈릴레이가 주장한 상대성 원리이다.

 

- <E=mc^2이란 무엇인가?>, p20 

 

2.

서로에 등속도로 이동하는 기준계들이 모두 평등하다. 하나의 현상이 모든 기준계에서 동일하게, 평등하게 나타난다.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사과를 떨어뜨리나, ktx 안에서 사과를 떨어뜨리나, 비행기 안에서 사과를 떨어뜨리나, 모두 떨어지는 지점은 같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가 모든 기준계들에게 평등하게 한표를 주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된다.  

한사람, 한 사람은 모두 서로에 등속도로 이동하는 기준계라 하면 어떨까. 저마다 다른 등속도로 이동하고 있고 평등하다. 그리고 다른 기준계에 있다보니 알고 있는 속도가 다르다. 나의 기준계에선 빠른 게 아닌데 상대하는 기준계에서 보면 빠르다. 예를 들어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안에서 5킬로미터 속도로 걷고 있다면 열차 기준계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5킬로미터 속도로 걷고 있다하지만 정지해 있는 위치에서 그 사람이 보는 기준계에서는 305Km로 걷고 있는 것이다.

걷는 것은 똑같으나 속도는 상대적으로 등속운동하는 300km의 차이가 있다. 주목할 것은 5km로 걷고 있다는 관점이나 305km로 걷고 있다는 관점이 모두 객관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등가의 가치가 있다. 해서 5km로 걷고 있다고만 주장한다면 자신의 등속운동을 무시하는 것이 되어 맞다고만 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정지해 있는 것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고, 움직이는 것이 동시에 정지해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하는데,

이에 대한 공식이 E=mc^2.

자신이 지금 실패한 상태로 생각된다면 그것은 동시에 상대적으로 실패가 아님을 알아야한다.

나는 느리다고 생각하나 상대적으로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이다.

또 빠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상대적으로 느리게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만의 기준계에 집착하는 데 있다. 모든 기준계가 등가인데 하나의 기준계만을 고집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더 나아가 이를 깨달아 모든 기준계를 너머 오직 할 뿐이라면 또는 다만 할 뿐이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빠르다 느리다 해도 사실 더 얻을 것도 버릴 것도 없으니.  

 

- T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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