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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답은 스스로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전의 구절이나, 자기가 아닌 지식을 동원해서 문제를 풀려는 것을 야단치고 못하게 합니다. 더구나 공안을 해설하고 답을 알려주는 것은 수행을 가로막는 짓이라고 비난합니다. 중요한 건 말도 안 되는 저 역설적인 질문을 통해 의문을 일으키고 의문, 의정자체를 극한으로까지 밀고가는 것이며, 그 의정 자체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몸으로 저 근본적인 역설 사이의 심연을 너머야 하는 겁니다. 그걸 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찾던 것, '도'에 이르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하지요. 그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 수많은 경전에 기록된 깊고 미묘한 불법을 한순간에 얻게 된다고 말입니다. (노마디즘2 352)
2.
스스로의 내재적 사고를 통해 답을 얻도록 유도하는 선사들의 방식은 구조적 결정론적 체계와 모순되지 않으면서, 규범화의 위험성을 피하는 적절한 가르침인 것 같다. 그러나 진리를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겪고 있어도 알지 못하는 체험의 관점에서 보자면 원리의 성찰을 삶을 통해 체험하도록 몸으로 앎이 되도록 [은유처럼 보이지만] 은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도 유효해 보인다. 물론 규범화의 위험성을, 절대화의 위험성을 뭉게버리면서 말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는 화두는 규범화의 위험을 피하기에 적당하다. 반면 그와 같은 '불수자성 수연성'은 명제처럼 당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물론 이 차이가 말자체에 있지 않으며 마음에 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 옳은 방법이기 보다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야 타당해 보이며 둘 모두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T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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