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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의 이름으로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 이후로 그 누구도 폭군과 노예의 뿌리 깊고 내밀한 관계를 더 잘 보여준 사람은 없었다. <군주제의 커다란 비밀과 그것의 근본적인 관심은 인간들을 속박할 때 이용하는 공포를 종교의 이름으로 가장하면서 인간들을 속이는 데 있다. 따라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예속이 마치 자신들의 안녕이라기도 하듯이 예속을 위해서 투쟁한다.> 이것은 슬픈 정념이 욕망들의 무한성, 영혼의 동요, 탐욕, 미신 등을 통합시켜 놓은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철학 43)
2. 경제의 이름으로
왜 우린 똑바로 인식을 못하는 거야? 언론들도 이건희가 돌아오면 한국 경제가 엄청나게 좋아질 것처럼 쓰잖아.
그건 삼성이 만들어낸 프로파간다, 권력을 회유하고 대중을 협박하고 언론을 통해 만든 그 프로파간다에 우리 사회가 먹혔다는 소리지. 이명박이 이건희 깨끗하게 털어주고 회장직에 복귀시키던 날, 삼성 내부 게시판에 왕의 귀한을 찬양하는 글이 도배가 됐다고, 읽어보면 오글거려서 아주 미쳐버릴 수준이야.(웃음) 이건 뭐 사이비 종교의 레벨이라고.(웃음)
그런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이 프로파간다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수가 있어. 이건희는 그냥 돈 많은 노인네야. 법정에 가서 울고 그러는.(웃음) 무슨 천리안과 예지력을 가진 신비의 도인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건희가 미래에 대해 한마디 하면 온 언론이 난리가 나잖아. 웃기고들 있어.(웃음) 자기가 뭔데 미래를 알아. 몰라 절대. (웃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건희를 존경한다잖아.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성에 노예근성이 있다고. 원래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게 불확실하잖아.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보다 큰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해. 위대한 선지자가 나를 인도해주면 , 난 그의 뒤를 따르기만 하면,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선택이란 위험 행의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서 종교도 있는 거잖아. 삼성은 돈의 종교가 지배하는 대한 민국에서 경제적 메시아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한거지. 그 과정에 삼성은 곧 이건희라는 상징화 역시 성공시킨 거고. 그 상징화에 사람들이 넘어간 거고. 마치 종교에 넘어가 듯. 그래서 그가 우리를 번영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설혹 실수를 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스스로 못 본 척하도록 만들어버린 거지. 사실상 정신적 노예지.
2000년 전 사마친이 그런 말을 했잖아.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열 배 부자에 대해서는 욕을 하고, 백 배가 되면 무서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딱 그거네. 그래서 저 기업인이 사회에 해악을 끼쳤다는데도"그들이 없으면 우리는 뭘 먹고 살아? 경제를 위해서 사면해줘야지. 무슨 대안이 있어? 너 빨갱이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회가 된 거네. 그러니까 삼성=이건희, 이 부분을 깨뜨려야 하는 거네.(닥치고 정치 163)
3.
에피쿠로스의 시대, 스피노자의 시대,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인간을 속박할 때 이용하는 공포를 종교의 이름으로 가장하면서 인간들을 속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종교에서 경제의 이름으로! 데자뷰!!
모습을 바꾸며 이렇게 반복되는 원인은 김어준이 지적하듯이 우리 마음 한구석에 노예근성이 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종교든 경제든 그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니. [이런 연유로 경제체제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결과를 고치려는 격이니.] 이런 맥락 속에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슬픈 정념에 대한 가치절하, 니체가 말하는 노예와 대비되는 '초인'에 대해, 불교의 '무아'에 대해 생활 속의 언어로 다시금 각성해야할 것이다. 1.인간이 인간을 너머, 2. 주인으로 사는 세상[의 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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