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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좀은 전혀 다르다. 그것은 모상이 아닌 지도다. 모상이 아니라 지도를 만드는 것. 오르키데는 말벌의 모상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리좀의 한가운데서 말벌과 함께 지도를 만든다. 지도가 모상에 대립한다면, 이는 지도가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전적으로 실험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는 스스로에 갇혀있는 무의식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한다. 지도는 장場들의 접속에 기여하며, 기관없는 신체의 봉쇄를 푸는데 기여하고, 일관성의 구도 상에서 최대한으로 개방하는데 기여한다. 지도는 그 자체로 리좀의 부분이다. 지도는 열려있으며, 모든 차원들과 접속될 수 있으며, 개인이나 집단, 사회 형성체에 의해 작동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벽에다 그릴 수 있고, 예술작품으로 간주할 수도 있으며, 정치적인 활동이나 [철학적] 성찰로 구성할 수도 있다. 언제나 다수의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리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일 것이다.[각주:1]

 

T1000.0 : 중도中道는 '정해지지 않은 길'이다. 따라서 중도는 새로 그리는 지도이며 언제나 다수의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길이다. 중도가 정해지지 않은 길인 이유는 "스스로 갇혀있는 무의식을 재생산하는 것"을 벗어나기 때문이며 그 어느 쪽에도 머물지 않는 길이기에 양극단의 평균도 아니며 다만 사이라고 대강 말할 수 있다. 사이는 텅빈 공간이면서 무수한 길이 존재할 만큼 충만하다. 한마디로 텅빈충만.   

 

 

  1. 연구공간 너머 자료실, <천의 고원1) p1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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