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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정의]타파

마술과 대화

T1000.0 2020. 2. 27. 18:16

마술은 늘 대화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때 관객들의 기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저 역시 제가 파리의 바리에떼를 방문했을 때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크레이지 호스라는 무대였는데 저는 거기서 제가 그때까지 만난 중에 최고의 마술사를 보았습니다.














그는 관객들 앞에 나와서는 무대 위에 두 개의 조그마한 원기둥을 놓았습니다. 하나는 아무 것도 없는 것, 다른 하나에는 꽃 몇송이가 든 화분이 위에 놓여 있었지요. 그 다음 그는 각각의 원기둥에 통을 씌워서 관객들이 꽃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추측했지요. 꽃이 다른 쪽 원기둥 위로 옮겨지는 마술이 행해질 거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마술사는 주문을 건 다음 꽃이 없던 쪽 원기둥에 덮여 있던 통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꽃도 화분도 여전히 없었지요. 그리고 그는 꽃이 있던 원기둥 쪽의, 꽃을 가리고 있던 통을 들어 올렸는데 그곳에는 꽃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 얼마나 놀랍습니까!









그는 관객의 기대를 가지고 장난을 쳤군요.

그것도 연이어서 말이죠.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묶었던 보자기가 풀려 나오는 게 아니라 묶인 채 다시 보여 졌고, 토끼가 사라지지 않고 있던 그대로 보여졌죠. 그 마술사는 제게 마술이 성공하도록 만드는 것은 항상 자신의 기대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줬습니다. 마술사가 놀라움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는 의식적이건 그렇지 않건 그런 분위기가 생겨나고 가능하도록 노력합니다. 성공적 마술의 밤은 근본적으로 보면 운 좋은 만남입니다. 모두 함께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거죠. (발명품 211)

2.

마술이 대화적이라는 것에서, 연극에서 베케트가 생각난다. 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관객의 기대를 져버림으로서 클래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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