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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게

목적인의 환상

T1000.0 2020. 10. 18. 18:47

인생을 살다보면 온갖 일이 다 생겨요.
사람이 죽기도 하고 파산하여 모든 돈을 다 잃기도 하고 엄청나게 배려해줬는데 뒤통수를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신의 뜻도 아니고 전생의 죄 때문도 아니고
우연히 일어난 일도 아니에요.
단지 내가 그 일의 원인을 모를 뿐입니다.
(행복 228)






2.

자신의 고유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신체, 자신의 고유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영혼,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다른 신체들과 다른 관념들이 각각 무엇인지, 그리고 이 모든 관계들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규칙들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인식과 우리의 의식의 주어진 질서 속에서는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요컨대 우리가 사물들을 인식하는 조건들과 우리 자신에 대해서 의식을 갖는 조건들 때문에 우리는 부적합한 관념들, 혼란스럽고 절단된 관념들, 즉 자신들의 고유한 관계들로부터 분리된 결과들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행복하다든가 최초의 인간이 완전하다든가 하는 것을 결코 생각하루수 없다. 원인과 본성에 대해서 무지하여 사건 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법칙의 결과들을 겪어야 하는 그들은, 모든 것의 노예이며, 자신들의 불완전성의 정도에 따라 불안 속에 있는 불행한 자들이다.(그 누구도 스피노자 이상으로 완전하고 행복한 아담이라는 신학적 전통에 반대하지 못했다.)
어떻게 평온한 의식이 불안을 가지게 될까? 어떻게 아담은 자신을 행복하고 완전하다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삼중의 환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식은 결과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물들의 질서를 전도시킴으로써 자신의 무지를 메운다. 의식은, 한 신체가 우리 신체에 미친 결과를 외부 신체의 작용의 목적인으로 만든다. 이제 의식은 자신을 제1원인으로 간주하게 되고, 신체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내세운다. 의식이 자신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제1원인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의식은, 지성과 의지를 갖고 있는 신, 목적인과 자유 명령에 의해 행위하며, 영예와 처벌에 따르는 세계를 인간에게 마련해 놓은 신을 내세운다.
의식은 환상들로 형성된다고 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의식은 자신을 구성하는 삼중의 환상, 즉 목적인의 환상, 자유의 환상, 신학적 환상과 분리 불가능하다. 의식은 두 눈 뜨고 꾸는 꿈일 뿐이다. (스피노자의 철학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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