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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스님의 <법성게>

무심

T1000.0 2021. 2. 2. 20:27

대상을 망상으로 규정하여 망상이라는 상을 갖고, 끄달림의 대상을 갖게 되었기에 그것이 망상이 되고 상이 되고 끄달림이 됩니다. 그래서 망상을 없애려는 것만이 아니라 진리를 구하려는 것조차 큰 망상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깨달은 이들께서 진리를 구하려 하지 말고 빈 마음으로 쉬고 쉬라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본바탕은 얼음과 물의 접면과 방을 나누는 벽과 같이 인연에 따라 모든 세계를 이루는 공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결정된 상相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연의 순간 홀연히 시공과 상을 나투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시공과 상이 무시공이며 무상일 수 있습니다. 무시공과 무상이 공이면 시공과 상이 색입니다. 나툰 시공과 상은 공이고, 공에서 시공과 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여기에서 문득 한 생각이 일어날 때 곧바로 무심해야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머뭇거리면 고정된 상, 곧 망상 속에 떨어지고 욕심내고 성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무엇이 있어 한 생각을 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의 만남이 그와 같을 뿐입니다. 일어나는 생각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우주법계의 인연생기가 그 생각을 일어나게 하는 원인입니다. 우주법계가 총체적으로 한 생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생각에 고정딘 상을 갖게 되는 순간 우주법계와 함께하는 연기실상의 자신을 잃고 잔실한 삶에서 소외되어 괴로움을 받게 됩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생각 흐름을 그대로 두고 빈 마음으로 지켜보십시오. 그렇게 하면 생각 생각에 자유롭게 되어 평안하고 부동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망상에서 망상을 끊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가 근본 마음자리에 돌아와서 망상을 끊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망상을 끊는 것이 아니라 근본 빈 마음자리에서 생각의 흐름을 지켜보게 될 때 그 자체로 망상이 쉬게 되고 본디 마음자리가 훤히 드러나게 됩니다.
이 마음자리가 해인삼매로, 보배비로 온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습니다. (법성게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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