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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구게

부처님의 위대함

T1000.0 2021. 1. 10. 18:34

흔히 전생에 복을 많이 지으면 부자가 되고 죄를 많이 지으면 가난을 면치 못한다고 말합니다. 얼핏 들으면 타당한 인과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것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를 지향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부와 가난은 다만 하나의 상태일 뿐입니다.
이런 식의 전생 업보설은 유사 이래 지배층의 논리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왕이 절대 권력을 가지려면 왕은 백성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것, 지배자가 될 만한 비범함을 타고났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합리화해야 했습니다. 왕이 된 것은 전생에 선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고 노예로 사는 것은 전생에 악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식입니다. 신분과 계급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가 전생의 업보 때문이라는 생각을 확산시킴으로써 지배와 피지배 계급의 관계를 합리화시키고 심화시켜 나갔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 차이를 차별로 왜곡하는 건 바로 오랫동안 길들여진 우리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입니다. (금강경 강의 103)

T.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은, 부처님은 전생 업보의 비합리성과 정치적 의도를 알고 있고, 전생업보가 사실이 아님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세상을 바꿀 힘, 폭력으로 이끌지 않았으며 다만 수행공동체를 이끌며 자신의 생각을 실현했다. 부처님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집착 없이, 한 점의 모순도 없이, 일말의 소외도 없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갔다. 참으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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