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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10 농사일, 풀 뽑기, 기획위원회 회의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받아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합니다”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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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풀이 자라고 있어서 연일 풀 뽑기를 하고 있습니다.
2주 전 화엄반 행자님들과 열무씨앗과 참깨, 들깨 모종을 심은 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작은 열무씨앗이 앞 다투어 싹을 틔우고 꽤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심지도 않은 풀도 저절로 자라 빈 땅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밭 주변도 2주 전에 예초를 싹 했지만, 또 풀이 자라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밭과 비닐하우스 주변에 난 풀을 예초기로 싹 벴습니다.
예초기로 풀을 다 베고 스님도 함께 열무밭에서 김을 맸습니다.
“벌써 풀이 많이 자라서 호미로 삭삭 긁어서 될 수준이 아니네요. 풀을 뽑으면서 열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북돋아주세요.”
풀이 꽤 많이 자라서 김을 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울력 마칠 시간을 10분 남겨두고 스님은 밭 가장자리에 난 풀을 낫으로 벴습니다. 오후에 한 차례 더 풀을 뽑기로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두 시간 동안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기획위원회는 정토회의 중장기 사업 계획과 비전을 연구하는 모임인데요. 오늘은 스님의 동남아시아 방문 이후 앞으로 국제 연대 사업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국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일을 어떻게 해나갈지, 정토회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설정할지, 전법 플랫폼과 업무 지원 플랫폼의 설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해외 언론 동향은 어떠한지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점검했습니다. 스님은 기획위원들의 발표 내용과 토론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강렬하던 햇살이 조금씩 저물어가는 6시에 다시 열무밭으로 갔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은 1시간 일찍 나와 풀을 뽑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번에는 참깨 모종을 심은 줄에 앉아 풀을 뽑았습니다.
“해가 지니 선선해서 일하기 좋네요.”
스님과 행자님들의 지나간 자리에 참깨 모종만 우뚝우뚝 서 있었습니다.
곧 저녁예불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밭에서 예불을 드리고 울력을 끝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길가로 나와 불상이 있는 쪽을 향해 예불을 드렸습니다.
저녁예불을 드리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습니다.
“자, 마칩시다. 수고했어요!”
8시가 다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김을 매고 나니 열무, 참깨, 들깨 싹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선선한 날씨에도 스님의 작업복은 땀으로 젖어있었습니다.
해는 이미 산 너머로 지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를 교정하고 업무를 본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도 농사일을 하고 두북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수행법회에서 스님이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쉽게 상처를 받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반대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멀리해야지 하면서도 만나기를 갈망하고 찾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다가 상대의 욕망이 보이면 실망을 하게 되고, 보기 싫은 면은 보지 않으려고 하고, 보고 싶은 면만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제가 사람을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의 한계를 어떻게 하면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지금 법륜 스님이 그렇게 하는 건가요? 아니면 질문자가 그렇게 하는 건가요?”
“제가 그렇게 하고 있죠.”
“질문자가 그렇게 하고 있으면 본인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제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하고 스님한테 설명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질문자가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스님한테 ‘제가 왜 이럴까요?’ 하고 물으면, 스님이 그것을 어떻게 알겠어요? 질문자 스스로 본인을 잘 살펴서 다른 사람이 ‘당신은 왜 그렇게 사람을 자꾸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합니까?’ 하고 물으면 ‘제가 이러저러해서 그렇습니다’ 하고 설명해 주어야죠. 마치 본인이 담배를 피워놓고 ‘스님, 저는 왜 담배를 피울까요?’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본인이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본인이 잘 살펴봐야 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처음에는 ‘담배 끊어야지!’ 하고 결심해서 며칠을 끊습니다. 3일도 안 지나서 ‘담배 끊고 오래 살면 뭘 하나? 차라리 담배 피우다 죽지 뭐’하면서 다시 피웁니다. 그러다가 몸이 아파지면 이러다가 죽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다시 담배를 끊습니다. 또 며칠 지나면 ‘이렇게 하루 더 살면 뭐 하나? 실컷 피우다 죽자’ 하고 다시 피웁니다. 또 건강이 나빠지면 담배를 끊습니다. 질문자가 사람을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담배를 피웠다가 끊기를 반복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살아도 됩니다. 관계를 끊고 살고 싶으면 끊고 살고, 관계를 맺고 살고 싶으면 맺고 살면 되는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각오해야 하고, 건강이 나빠지지 않으려면 아무리 피우고 싶더라도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도 만나게 되고, 기대보다 더 나은 사람도 만나게 되죠. 그러면 질문자는 본인의 기준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평가할 겁니다.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해서 사람을 안 만나면 외로울 테고, 외로우면 다시 사람을 만나게 되겠죠. 그래서 질문자가 사람을 만났다가 안 만났다가 하는 것 아니겠어요?
질문자는 본인을 기준으로 기대 이상인 사람, 기대 이하인 사람을 나누고 있어요. 그러나 나에게 기대 이상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기대 이하라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로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나는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봤는데 다른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보고, 나는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봤는데 다른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보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질문자가 친구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안 빌려줬어요. 그러면 질문자가 볼 때는 나쁜 친구이지만, 그 친구의 남편이 볼 때는 아내가 잘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반대로 질문자가 친구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친구가 돈을 빌려줬어요. 그러면 질문자가 볼 때는 좋은 친구이지만, 그 가족이 볼 때는 ‘바보같이 왜 돈을 빌려주지?’ 하고 생각할 겁니다.
이렇게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 다릅니다. 각자 자기 기준에 따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어 생각할 뿐이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건 본래 없어요. 우리가 볼 때 북한의 지도자는 나쁜 사람이지만 북한 안에서는 영웅입니다. 우리가 볼 때 푸틴은 나쁜 사람이지만 러시아 안에서는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질문자는 자기중심적으로 다른 사람을 보는 습관이 강한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기대 이상인 사람도 있고, 기대 이하인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익을 보면 질문자에게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겠지만, 그 사람이 볼때는 질문자를 만나는 게 손해가 되지 않겠어요? 반대로 누군가를 만나서 손해를 보면 질문자는 그 사람이 싫겠지만, 그 사람에게는 질문자를 만나는 게 이익이 되겠죠. 이렇게 나에게 손해를 주는 사람은 자꾸 나를 만나자고 하고, 내가 이익을 보는 사람은 자꾸 도망가기 마련입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이치로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괴로움을 여덟 가지(八苦)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중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면서 살아야 하는 괴로움을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살아야 하는 괴로움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합니다. 두 가지 괴로움은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다른 사람을 볼 때 생겨나는 것이에요.
반면에 내 기준을 탁 놓아버리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가벼워지게 됩니다. 부처님은 ‘좋고 싫음을 내려놓아라’ 하고 말씀하셨어요. ‘누구를 만나라’, ‘누구를 만나지 마라’ 하는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 좋고 싫음을 놓아버리면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아무 문제가 없고, 사람들을 전혀 만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는 외로움이 커지니까 혼자 있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겁니다. 막상 만나보면 상대가 내 기준에 안 맞으니까 헤어지고, 헤어지면 외로워서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사람을 만나야 되느냐, 헤어져야 되느냐, 혼자 살아야 되느냐, 같이 살아야 되느냐, 여기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그 속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 ‘홀가분하구나’ 하면서 좋아하면 되는 거예요.
‘누구를 만나도 좋고,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좋다’
‘이 사람을 만나도 좋고, 저 사람을 만나도 좋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 된다면 연습을 좀 해야 합니다.”
“스님 말씀 들으니 제가 자기중심성이 너무 강해서 제 이익만 생각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요. 질문자가 사람들한테 밥도 사고, 술도 사고, 커피도 사고, 또 이사할 때 가서 도와주고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요. 그런데 남편이 밖에 나가서 그렇게 하면 집에 있는 아내가 싫어합니다. 여러분들이 절에 보시를 많이 하면 절에서는 ‘보살님은 참 훌륭하십니다’ 하고 존경하지만, 그 남편이나 아내가 속해 있는 가족들은 싫어합니다. ‘절에 너무 빠져 있다’ 하고 말할 겁니다. 이렇게 똑같은 행동도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릅니다.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베풀어야 합니다. 내 것만 딱 챙기고 살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과 관계를 좋게 하려면 마음이든 물질이든 베풀어야 해요. 굳이 베풀 것이 없으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거나 따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저 사람은 내가 뭔가를 줄 때만 좋아하고, 안 주면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비난하는데, 인간의 심리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질문자는 그렇게 행동하면서 남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 ‘좋다’, ‘나쁘다’ 하고 너무 구분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다르게 하고 싶으면 다르게 하면 됩니다. 본인의 선택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아침에 산 윗밭에 올라가서 풀 뽑고 예초기를 돌린 후 오후에는 인도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고,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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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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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피해본다는 생각에 빠지고 계산적으로 행동하다보면 내 마음은만 불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좀 손해보더라도 바보같아 보이더라도 마음 가는데로 행동하는게 젤 편한더라고요 그래도 가끔은 속상하지만요....ㅎㅎ
2023-07-15 08: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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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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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에 해가 되는 것은 끊고, 내 중심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고 나쁘다는 상을 버리고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하면서 자유롭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7-14 11: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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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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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면서 살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그런데도 어떤때는 이럴까 저럴까 재는 마음을 보게 됩니다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꾸준이 연습하며 살겠습니다
2023-07-14 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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