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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이지 우리는 어떤 것이 주어져 있고 존재한다는 바로 그러한 관념이, 그리고 어떤 실재나 어떤 종류의 진리에 준거한다는 것이 불가피하게 언어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매우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와 같은 진리 또는 실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건 모두 언어의 이용가능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되는 것은 오직 언어를 이용할 수 있을 때에만 서술이 가능해지고, 또 언어에 의한 구분 행위를 통해서만 드러나게 됩니다. 심지어 우리가 순수의식의 상태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명상과정에서조차, 우리는 그와 같은 상태의 성찰이 언어 없이는 달성될 수 없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44) 

2.
그 자체의 힘으로 스스로 성립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이름을 받음으로써, 즉 대상을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는 생각에 의존하여 성립합니다. 이것이 모든 것은 '이름을 붙여 줌으로써 생겨난다'는 의미에서의 연기입니다. (마음 길들이기 194)

3.
"불가피하게 언어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모든 것은 이름을 받음으로써, 즉 대상을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는 생각에 의존하여 성립합니다."
대상을 인식하는데 있어 대상을 따로 독립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것은 언어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 대상이 언어의 의존해 인식하는 불가피성이다.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때, 세상은 언어에 의존해, 생각에 의존해 출현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생겨난다고 하고, 마뚜라나의 세계는 언어 속에서 출현한다고 말한다.
언어를 통해 이름 붙임으로써 대상이 출현하는바, 그 대상이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따로 독립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즉 언어 없이도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그러나 언어의 의존하지 않고, 또 스스로 존재하는 대상이란 성립하지 않기에 따로 떨어져 있는 대상은 그 이름이 그러할 뿐이다. 금강경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이러한 강조 "그 이름이 어쩌구..."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여래가 세계를 말한 것은 세계가 아니라
그 이름이 세계이니라." 

이점에 대해서는 다시 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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