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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의 다름과 그 생각에 기뻐하거나 속상해 하는 것만으로는 마음자리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이런지 모르겠어."라고 할 때의 '나'는 생각하는 나를 '나'라고 여기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하는 나'로서 동일시하고 있는 '나'는 본래 생명으로서 마음이 아닙니다. 나타난 형상과 기억된 분별이 만들언 낸 매어 있는 '나'입니다. 그것에서도 법신이 떠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신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생각은 법신에서 법신을 떠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법신은 한계와 한계 너머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으로 어떤 색상으로도 나타나지만 그곳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형색에도 머물지 않는 어떤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형색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형색을 허물고 있는 관계의 그물망으로, 형색으로 나타난 것과 형색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들의 본체입니다.[각주:1]

 

T1000.0 : 무주無住, 머묾이 없는 마음은 곧 생멸하는 마음이다. 생성하고 해체하는 대상이 따로 있어 머물지 않는 어떤 주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생멸 그대로가 머묾이 없는 것이다. 마음은 일어나고 사라지고 일어나고 사라지는데, 사라지는 마음을 붙잡지 말고 또 일어나는 마음을 마다하지 말고 생겨나고 사라지는 마음이 다 내가 지은 업業이며 내가 지은 인연의 총상總相이니 업대로 한다면 그 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한 마음 일어나고 사라지는 업을 지켜보면서 업대로가 아니라 업을 내려놓은 빈 마음으로 순간순간 새로운 현재의 인연의 장과 어울려 뭇 생명을 살리는 모습에 계합해 행동한다면 자취를 남기지 않는 생멸, 즉 머물지 않는 삶을 산다. 마음 비우는 빈 마음의 공덕을 자꾸자꾸 쌓아 이제 마음 그대로가 청정한 모습의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 되니 업도 없고 마음도 없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비추는 빈 마음만 남으니 마음이 곧 진여.

 

 

  1. <대승기신론2> p1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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