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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 오는 대로 알고 가면 가는 대로 알 뿐, 대상에 현혹되어 그것으로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상이 앎을 그것으로 알게 하는 것 같아 앎이 대상 따라 빨강 또는 파랑으로 아는 것 같지만 그냥 알 뿐, 빨강도 아니고 파랑도 아닙니다.

빨강 일때는 그것이 전부인 양 알고 파랑일 때는 그것이 전부인양 알며, 아무런 대상이 없을 때는 침묵이 전부인 양 그렇게 있지요. 어느 것도 다 비추지만 어느 것에도 따르지 않는 것이 진여인 마음의 작용입니다. 자신이 색깔을 갖지 않기에 머물지도 않습니다.

앎에서 보면 빨강이 생겨난 것 같지만 빨강이라는 앎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파랑이 오면 빨강이 사라진 것 같지만 사라진 그자리가 파랑이 되니 앎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침묵의 앎은 모든 색이 사라진 것 같지만 앎이되 침묵으로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앎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서도 다 안다고 하였지요. 진여의 지혜를.

진여의 자리, 곧 '자성 없는 마음의 앎'을 제대로 자각한다면, 마음은 움직이지 않고도 삼계를 다 비추고, 알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차리게 되니, 갖가지 망념의 번뇌가 있을 수 없습니다. '취함이 없는 앎'이야말로 모든 것과 어울린 무아로서 만나는 인연마다 청정한 공덕이 드러난 흐름입니다. 인연마다 공덕이 되므로 진여의 흐름은 갠지스 강의 모래보다 많은 청정한 공덕을 갖춘 흐름입니다. 그래서 진여 자리가 갖는 공덕상을 '크다[相大]'고 합니다.[각주:1]

 

T1000.0 : 본다는 것은 마음이 그렇게 보도록 한 것을 보는 것이다. 하여 그렇게 보도록 한 것을 보는 것임을 있는 그대로 보면, 보이는 것에 집착할, 머물 이유가 없으니 꿈과 같이, 환상과 같이 보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를 보듯, 그냥 보는 것이고 그냥 알 뿐이고,'취함이 없는 앎'이다. 이 오직 앎뿐인, 활동뿐인 앎의 있는 그대로가 갠지스 강의 모래보다 많은 청정한 공덕을 갖춘 흐름이다. 활짝 핀 꽃송이를 보면서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드리운 공기, 햇빛, 비, 흙, 바람, 뿌리, 곤충, 시간 등등등 갠지스강의 모래보다 많은 청정한 공덕이 빚어낸 흐름임을, 있는 그대로[眞如] 본다.   

 

  1. <대승기신론2> p 12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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